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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도 안뜯고 '적합' 판정…허술한 식품위생검사 백태

일부만 검사·검체 바꿔치기·1회용 장비 재사용도 / 업체가 검사기관 선별하는 기이한 갑을관계 형성

검찰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수사한 결과 적발된 민간 식품위생검사기관 10곳은 검사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각종 수법을 동원해 허위 시험성적서를 발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식품제조가공업체들이 상대적으로 '깐깐한' 검사를 시행하는 검사기관에 대해서는 위탁을 꺼리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검사기관들이 위탁 계약을 유치하는 과 정에서 기이한 갑을 관계가 형성돼온 사실도 확인됐다.

 식품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검사기관들의 역할이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셈이다.

 ◇ 김치 포장 뜯지도 않고 '기생충알 문제없음' 판정 = 23일 검찰에 따르면 적발된 검사기관 10곳 전부 아예 검사를 하지도 않은 채 위탁 의뢰를 받은 식품에 대해 허위로 '적합' 판정을 내렸다.

 실제로 경기도 부천에 있는 E 검사기관은 삼치 제품에 대한 수은 검사를 의뢰받았으나 검사를 시행하지도 않고 허위 성적서를 1만9천여회 가량 발급해줬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W 검사기관의 경우 김치 제품에 대한 기생충알 검출 여부를 의뢰받았지만 이를 검사하기 위한 광학현미경 및 원심분리기를 이용하지도 않고 2014년 3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938회에 걸쳐 허위 성적서를 발급해줬다.

 이처럼 검사를 하지도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급해 준 사례는 3년간 총 2만9천여건에 달했다.

 ◇ 제품 일부만 검사하고 '검사 완료' = 서울 성북구의 S 검사기관은 아이스크림 제품의 리스테리아균 검사를 의뢰받고 검체 5개 가운데 일부만 검사를 한 뒤 검사를 완료한 것처럼 허위 성적서를 발급해줬다.

 확인된 것만 2012년 11월부터 2년간 1만2천여회에 달한다.

 설사와 두통, 복통을 일으킬 위험이 있는 리스테리아균은 대표적인 식중독균으로 냉장이나 냉동 상태에서도 쉽게 사멸되지 않는다.

 해당 기관은 5개 검체를 모두 개봉해 검사를 시행해야 하지만 시약이나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규정을 위반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 세균수 초과한 검체 '바꿔치기' 후 재검사 =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이 나오자 검체를 다른 것으로 바꿔 임의로 다시 검사한 경우도 허다했다.

 경기도 성남의 W 기관은 식혜 제품 검사 결과 검체에서 세균수 검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하자 해당 업체에 검사 결과를 알려주고 검체를 다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주기적으로 안전성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검체 한 가지에서라도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 전량을 회수조치하고 식약처에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업체는 검사 기관이 미리 결과를 알려줘 다시 검사를 거친 탓에 '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 1회용 검사 장비 재사용해 발암물질 '부실 검사' = 통상 간장 제품의 경우 발암 물질의 일종인 아플라톡신 검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경남 진주의 N 검사기관은 간장 제품에 대해 발암 물질의 일종인 아플라톡신 검사를 의뢰받았으나 일회용 검사 장비를 재사용하거나 아예 검사를 하지 않은 채 허위 성적서를 3천여차례 발급해줬다.

 일회용 검사 장비를 재사용하면 물질 특성상 아플라톡신은 전혀 검출되지 않아 안전성에 문제가 있더라도 정확한 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없다고 검찰은 전했다.

 일부 식품업체들은 '적합' 판정을 내려주지 않는 검사기관과는 위탁 계약을 끊는 등 식품업체들이 오히려 검사기관에 대해 '갑'의 위치에 서온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적발된 검사기관 10곳의 대표이사와 연구원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들 10곳의 식품위생검사기관 지정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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