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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판소리 공연 - 큰 선생님들 힘있는 무대에 박수를

국창 박록주 탄생 110주년 공연 / 외국인도 동일하게 대해준 무대

▲ ‘국창 박록주 탄생 110주년 기념공연’에 참여한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전 글에서는 소리꾼들이 판소리를 배우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소리꾼들의 노력의 결과인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올해 운 좋게 많은 무대에 설 기회가 있었다. 그 중 제일 인상적이었던 무대는 올해 5월에 진행된 ‘국창 박록주 탄생 110주년 기념공연’이었다.

 

이 공연은 박록주 선생님의 제자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흥보가 예능보유자인 박송희 선생님이 준비한 공연이다. 나는 박송희 선생님의 제자인 민혜성 선생님에게 소리를 배우고 있어서 나도 이 무대에 설 기회를 얻게 됐다. 판소리를 1년도 채 못 배운 나에게 이런 기회는 정말 영광스러운 것이었다.

 

박록주 선생님은 20세기 초부터 활동했던 여류 명창이다. 당시 박록주 선생님은 큰 스승이었던 송만갑, 박기홍, 정정렬 명창으로부터 사사했고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인 판소리의 ‘춘향가’와 ‘흥보가’ 전수자로 지정되었다. 남자처럼 힘차고 꿋꿋한 창법인 동편제 소리로 ‘국창’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명창이었다.

 

이 공연에서는 박록주 명창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같은 유파의 소리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유파’나 ‘제’는 같은 선생님께 배우고 같은 소리하고 있는 소리꾼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판소리계에선 ‘스승’의 영향이 중요하기 때문에 누구에게 배웠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유파’란 개념이 쓰인다.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는 ‘바디’다. ‘바디’란 ‘받다’에서 파생된 단어로 누구로부터 소리를 전수 받았는지를 설명한다. 그래서 보통 어떤 소리를 하는지 설명하고 싶으면 “저는 동편제 박록주 바디 흥보가를 배우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박록주 바디를 배웠던 소리꾼들이 모였다. 박록주 선생님께 직접 소리를 배운 박송희 선생님과 조순애 선생님, 이 후 박송희 선생님께 소리를 배운 나의 스승인 민혜성 선생님과 다른 제자 분들, 그 다음 세대인 나와 같은 제자의 제자들까지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이렇게 다 모여 있으니 왠지 조상을 기념하기 위한 가족 모임 같았다. 특히 나와 같은 외국인을 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받아주신 소리꾼들에게 참 감사했다.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지 않고 그저 다른 제자들과 동일하게 여겨주셔서 큰 감동을 받았다.

 

직접 판소리 공연을 해본 적 없는 분들이라면 궁금해 할 것 같아 공연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설명하려고 한다. 공연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서는 공연장을 빌려야 한다. 대관 비용이 꽤 크기 때문에 보통 지원을 받고 공연을 하게 된다. 이후에는 공연에 출연하는 팀들끼리 따로 모여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한다. 나는 이 공연에서 민혜성 선생님의 다른 제자들과 함께 ‘봄 타령’이라는 민요를 준비했다. 공연 당일에는 아침 일찍부터 모여 악사들과 맞춰보고 마이크 테스트를 한다. 판소리계에서는 계급이 규정돼 있어서 제일 어린 사람부터 연습하기 때문에 큰 선생님들이 오래 대기하지 않도록 시간을 잘 분배한다. 특히 박록주 선생님께 직접 소리를 배운 박송희 선생님은 올해 여든 아홉으로 연세가 많으시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피곤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해 무대를 만든다. 나는 특히 이런 분들을 보면서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힘 있는 무대를 선보이며 즐기는 모습을 보며 나는 또 한번 판소리 하시는 분들을 향한 존경심을 갖게 됐다.

▲ 안나 예이츠 / 영국 런던대 한국음악연구 박사과정

※ 이 칼럼은 전주세계소리축제(2015.10.7~10.11)와 공동 연재하고 있으며 소리축제 공식블로그 ‘소리타래(http://blog.sorifestival.com)’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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