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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돌 보약의 중요성

▲ 정민정 우석대 전주한방병원 한방소아과 교수
소아과를 진료하면서 어머니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는 ‘아이가 이렇게 어린데 한약을 먹어도 되나요?’, ‘몇 살부터 한약을 먹여도 되나요?’ 등이다.

 

최근 어린이 전문 한의원들이 많이 생겨 아이들이 성장장애, 식욕부진, 비염, 아토피피부염 등의 질병으로 한의원에서 치료받는 경우가 예전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부모들은 어느 정도 자란 이후에 보약을 먹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한의학에서 소아에게 한약을 처음 먹이는 나이는 0세, 정확히는 태어난 직후다. ‘하태독법(下胎毒法)=태독을 내리는 방법’이라 해서, 갓 태어난 신생아에게 태독(胎毒)을 제거하기 위해 한약을 먹였다.

 

태독이란 신생아에게 여러 가지 병을 일으키게 하는 선천적 병의 원인으로, 태아 시기에 엄마가 음식 및 생활 섭생을 잘못해 생긴 열독(熱毒)이 태아에게 전해진 것을 말한다. 역대 한의학 문헌에서는 태독이 신생아의 구강질환, 피부염증, 신생아 황달, 태열 등을 일으킨다고 인식하였으며, 이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 바로 하태독법이다. 하태독법은 감초(甘草), 황련(黃蓮) 등의 한약재를 달여 깨끗한 천에 묻혀 소아로 하여금 빨아 먹게 하는 방법으로 투약했으며, 태독으로 생기는 질병의 발생을 예방해왔다.

 

중의학(中醫學)에서 최초의 소아과 치료사례 기록은 한대(漢代) ‘사기(史記)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중에 나와 있는데, 그 내용은 순우의(淳于意)가 영아의 ‘기격병(氣隔病)=숨이 차는 병’을 하기탕(下氣湯)으로 치료했다고 적혀있다. 또한 ‘삼국지(三國志) 화타전’에는 화타가 ‘사물여완환(四物女宛丸)’으로 2살 소아의 ‘하리병(下利病)=이질 등의 설사병’을 치료한 것이 기재되어 있다.

 

‘급유방(及幼方)’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아과 전문서로서, 조선시대 1749년(영조 25년)에 조정준(趙廷俊)이 저술한 서적이다. 저자 자신이 50여 년 동안 소아과를 전문으로 진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소아의 진단 및 소아를 진맥하는 법(小兒脈法), 신생아의 질병(神生雜症), 소아의 경련성 질환, 홍역과 두드러기 질환, 모든 열성질환(熱性疾患) 등 각종 소아과 관련 질환 및 그에 따른 약물치료, 음식치료에 이르기까지 빠짐없이 망라되어 있다. 더불어 구체적인 치험례 85가지가 수록되어 있어 현재까지도 실용적인 가치가 높은데, 이 치험례를 살펴보면 신생아, 영아, 유소아들의 질병에 다양한 처방으로 한의학적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살펴보면, 질병 예방 및 치료의 목적으로 나이의 적고 많음을 가리지 않고 한약을 복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요즘 ‘나이가 어리면 한약을 꺼리는 관습’ 및 ‘어리면 한약을 먹으면 안된다’ 라는 속설은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의사의 진단 후 적절하게 한약을 복용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 특히 예전부터 ‘첫 돌 보약’이라 하여 첫 돌이 될 때 보약을 먹이는 풍습이 있었다. 이러한 풍습의 의의를 살펴보면, 태어날 때 엄마로부터 받은 선천적 면역력은 생후 6개월 이후부터 감소하므로, 걷기 시작하는 돌 무렵부터는 각종 질환과 바이러스에 쉽게 노출되고, 질병에 쉽게 이환된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고자 ‘첫 돌 보약’을 먹인 것이다.

 

특히 요즘은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첫 돌 이후의 어린 나이에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 자연스럽게 감염의 위험에 노출되며, 잔병치레가 끊이지 않고 1년 내내 감염이 반복되어 허약해지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더욱 ‘첫 돌 보약’이 필요하며, 부족해진 면역력을 빠른 시간에 채워줘 잔병치레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아시기의 건강은 평생의 건강의 밑바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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