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전시장 생존 어려워 /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카페·게스트하우스 겸해 / "대중화" "상업화" 논란도
도내에 최근 3년여간 생긴 전시장 30여곳 가운데 현재까지 명맥이 이어지는 곳은 10여곳이 채 되지 않는다. 20여 곳이 운영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거나 간판만 걸고 있다. 이처럼 재정난으로 독립전시장은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를 결합한 복합공간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복합공간은 지난해에만 10곳 넘게 문을 열어 현재 도내에 20여 곳이 존재한다. 전시장만으로는 운영이 어렵자 수익사업을 병행하는 것이다.
현재 운영되는 순수전시공간도 전시장 운영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 기업의 후원을 받거나 자치단체의 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공간은 사재를 털어 운영하고 있다.
도내 대표적인 민간 전시장인 우진문화공간은 우진산업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설립해, 현재까지도 후원하는 메세나(mecenat)형 전시장이다. 개관한 지 10년이 넘은 서신 갤러리와 갤러리 애플(옛 아카갤러리)은 국내·외 아트페어 참가에 주력하면서 도내 작가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주한옥마을 문화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교동아트미술관은 다양한 기획전 및 대관과 함께 정부나 자치단체 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개관한 서학아트스페이스, 갤러리 누벨백, 갤러리 숨, 서학동사진관 등은 지역 예술 향유 확대를 위해 자가 소유 또는 후원 공간에 전시장을 마련한 경우다. 서학아트스페이스는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함께 운영해 전시 비용을 충당하고 있으며, 갤러리 누벨백은 올해부터 현대자동차 전주지부 등 도내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작가 지원과 청소년 미술 교육을 진행한다. 한 지역미술인은 “작품운송비와 홍보물 제작비, 리모델링, 공과금 등 운영자가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데, 임대료 부담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갤러리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를 겸한 복합공간은 재정과 전시 공간 확보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에피소드 도자기 갤러리 카페, 오스 스퀘어, 갤러리 아무 등 기존의 갤러리 카페를 중심으로 지난해에는 갤러리 P.I.U, 동물원 갤러리, 백희 갤러리, 모던달빛, 공간 시은, 카페 모과나무, 카페 아그배 등이 문을 열었다.
복합공간은 전문 전시공간보다 편하고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할 수 있고, 작가와 관람객의 자유로운 대화분위기를 형성해 예술을 통한 소통이 활발해지는 장점이 있다. 갤러리 카페에서 전시를 열었던 한 작가는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관람객이 찾지 않으면 소용없다”며, “갤러리 카페에서는 카페 방문객은 저절로 작품을 보는 셈이다. 이를 통해 미술에 친근해진 이들이 자연스럽게 미술품 향유 계층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갤러리 카페 운영자는 “카페 운영은 갤러리 운영의 적자를 막는 수단인 동시에 미술의 대중화를 꾀하는 새로운 트렌드”라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작가들은 “그림이 카페의 들러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라며, “복합공간을 전시장으로 보기는 애매한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카페 방문객들은 그림에 관심이 없고, 진짜 작품을 감상하러 온 관람객들은 오히려 작품 감상에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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