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남' 등극 우현 "나에게도 무기가 있더라"
"솔직히 연예인 되기 전에 정말 외모를 비관한 적이 있습니다.
거울을 보면서 절망하고 심지어는 부모를 원망한 적도 있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유를 찾아보니까 나에게도 무기가 있더라고요." 배우 우현(52)의 이러한 진솔한 소감에 많은 시청자가 감동했다는 댓글을 달았다.
우현을 '최고의 매력남'으로 뽑으면서 지난 20일 막을 내린 MBC TV '무한도전-못친소 페스티벌2'이 재미와 함께 진한 여운을 남기며 회자되고 있다.
'못친소'는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라는 말의 줄임말로, '무한도전'이 4년 만에 두 번째로 시도한 프로젝트다.
사회의 통념상 못생겼다고 여겨지는 스타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누가누가 더 못생겼는지를 가리겠다는 게 프로그램이 내세운 익살스러운 취지다.
하지만 '못친소'가 진짜로 보여주고 싶은 것은 과연 누가 누구를 못생겼다고 할수 있는 것인지, 외모지상주의가 판을 치는 시대에 진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지난 6일부터 3주간 방송된 '못친소2'에서도 4년 전과 마찬가지로 출연자들은 "도대체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사람이 아니다" "내가 저 사람보다는 낫다"는 등의 실없는 소리를 해대며 낄낄대고 한바탕 웃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을 비롯해 가수 변진섭과 데프콘, 김태진, 배우 김희원과 우현, 마라톤 스타 이봉주, 축구 스타 이천수, 개그맨 조세호, 지석진, 김수용, 시인 하상욱, 그룹 아이콘 멤버 바비 등이 출연해 '자웅'을 겨루며 웃음을 줬다.
그런데 이들이 서로 자기가 안 못생겼다면서 티격태격하는 모습까지는 초등학생용이지만, 국민 예능 '무한도전'은 당연히 그 이상의 것을 끄집어내며 외모지상주의 에 대해 유쾌한 반격을 가했다.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외모 뒤에 감춰진 매력들을 하나둘씩 꺼내 보였고, 평생외모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도 공론화하며 그것을 시청자와 함께 깨부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줬다.
이미 '못친소'에 초대될 정도면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자신의 자리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그런 능력과 매력을 갖춘 사람들도 외모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는 토로는 장난과 익살을 넘어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했고 한편의 휴먼스토리로 승화됐다.
마지막에 '최고로 못생긴 친구'가 아닌 '최고의 매력남'을 뽑은 것도 외모를 넘어선 매력의 가치를 강조하며 방점을 찍었다.
하상욱은 '못친소' 출연에 대해 "휴가를 받은 기분이었다.
항상 꾸미고 다녔는 데…"라면서 '화장은 지워지고 추억은 쓰여졌네'라는 짧은 시를 즉석에서 선보였다.
늘 화장을 하고 다니다 '못친소'에서 화장을 지운 모습을 보여준 하상욱이 이를 통해 그간 자신을 옭아맸던 굴레를 벗어던졌다고 토로한 것이다.
1980~90년대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변진섭이 "그대 어깨 위에 놓인 짐이 너무 힘에 겨워서/ 길을 걷다 멈춰진 그 길가에서 마냥 울고 싶어질 때/ 아주 작고 약한 힘이지만 나의 손을 잡아요"라는 가사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를 부르자 "바로 우리의 노래야"라며 울컥해 했던 출연진은 장난삼아 시작한 '못친소' 출연으로 어느새 카타르시스와 힐링을 얻은 듯 하나가 됐다.
'못친소'를 시작하면서 '무한도전' 멤버들은 "장동건, 정우성, 원빈, 강동원 당신들은 우리가 거부한다"고 구호를 외쳤고, 유재석은 "못생긴 그대가 있어야 세상이 웃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필요합니다"고 말했다.
'응답하라 1988'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류준열 등에게 누리꾼들이 '못생김을 연기한다'는 설명을 붙이며 좋아하는 것을 보면 이미 외모에 대한 전통적인 잣대에 균열이 생긴 것을 알 수 있는데, '무한도전'의 '못친소 페스티벌'은 그러한 흐름에 윤활유를 쳤다.
'못친소 페스티벌'은 "4년 뒤 다시 만나자"며 막을 내렸다.
2020년에도 '무한도전'이 살아남아 더욱 업그레이드된 '못친소3'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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