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 '김용택 시인과 함께하는 전북 농촌유학 문학기행 프로그램'
장수 산서초 학생 8명, 지난 24일 김용택 시인문학관에서 글쓰고 그림 그려
김 시인 학생들의 순수한 싯구에 "잘썼다, 놀랍다"며 칭찬 연발
산서초 아이들의 문학적 성취감 이어질 수 있도록 한 달에 한번 만남 계획
“풀밭에 서 있어도 꽃/벽돌 사이에 자라나도 꽃/가시가 있어도 꽃/숲속에 있어도 꽃/꽃은 꽃”(산서초 구자현 ‘꽃’)
장수 산서초등학교 구자현 학생(11)이 자신이 쓴 시 ‘꽃’을 낭송했다. 왁자지껄 떠들던 산서초 학생들은 자현이가 시를 낭송하자 이내 입을 꾹 닫고 진지한 눈빛으로 경청하기 시작했다.
자현이의 시낭송이 끝나자 친구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그의 짤막하지만 울림 가득한 시에 김용택 시인도 “잘썼다”고 감탄했고, 자현이는 쑥쓰러운 듯 웃었다.
“오늘은 슬픈 날이다/발목이 삐어서 너무 아프다/내일 현장학습 못가면 어떡하지/너무 걱정이 된다”(산서초 이큰가람 ‘발목’)
9살 가람이가 쓴 시에 친구들이 조잘조잘 말을 덧붙였다. 서로 장난치며 이야기를 주고받던 아이들이 꺄르르 웃기 시작했다.
김 시인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시를 읽던 가람이의 시 노트를 받아들고 짤막한 시들을 죽 읽다가 순수한 싯구에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24일 오전 10시 임실군 덕치면 김용택 시인문학관에는 장수 산서초 아이들과 김 시인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올해 12월까지 추진하는 ‘김용택 시인과 함께하는 전북 농촌유학 문학기행 프로그램’에 참여한 산서초 학생들은 김 시인의 질문에 수다스럽게 재잘거렸다.
그러다 이내 글쓰기 시간이 주어지자 학생들의 재잘거림이 줄어들고, 슥슥 연필로 뭔가 끄적이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 시인과 함께하는 전북 농촌유학 문학기행은 도내 농촌에서 학습하고,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문학적 영감을 심어주고자 기획됐다. 이날 문학기행에 참여한 산서초 학생들의 창의력과 표현력에 놀란 김 시인은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김 시인은 1시간가량 이어지던 글쓰기 수업을 잠시 중단하고, 학생들과 강가로 나설 채비를 했다. 시인과 함께 강가 징검다리를 건너던 아이들은 맑은 물속에 핀 이끼부터 우거진 풀숲 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자연 풍경을 직접 관찰하기도 했다.
한바탕 신나게 놀고 돌아 온 학생들에게 김 시인이 도화지를 건네자, 각자 자신만의 개성을 살린 꽃그림을 완성시켰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 속에 담긴 학생들의 표현력과 상상력은 맑고 깊었다. 수업을 마친 김 시인은 "산서의 놀라운 인재들을 만났다"며 즐거워했다.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김 시인의 얼굴에 미소가 묻어났던 이유를 수업 말미에 알아차렸다.
인생은 마음의 여백을 쉽사리 허용하지 않는 영역이다. 어른들이 벽돌 사이에 핀 꽃을 보고, 강물에 낀 이끼를 보고도 마냥 즐거워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시인은 김동현(13), 이큰가람(9), 이현우(11), 구자현(11), 이주원(13), 김민서(10), 김해니(11), 배이룸(12) 학생이 쓴 글과 그림이 얼마나 값진 작품인지 알고 있다고 했다.
모든 걸 말라 죽일 듯한 척박한 삶 속에서 '어린이'라는 꽃들이 향기롭게 자라 다른 어디서도 맡을 수 없는 향기를 퍼트리기 바라는 마음처럼 보였다. 8명의 산서초 아이들을 통해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내 안의 어린이, 마음의 스승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마음에서였을까. 시인은 학생들이 자신이 창작한 시를 발전시키고 문학적 성취감을 지속할 수 있도록 산서초 학생들과의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김 시인은 "한 달에 한번 씩이라도 아이들과 만남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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