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 해준 만큼 부모님 잘 모시라는 교훈 담긴 것 아닐까
5월에는 사람과 가족을 주제로 한 기념일이 많다.
가장 먼저 5월 5일은 어린이 날, 5월 8일은 어버이 날이다. 뒤이어 15일은 스승의 날, 16일은 성년의 날, 20일은 세계인의 날, 그리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그 중에서도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은 사흘 간격을 두고 바로 이어져 있다. 직장인이건 자영업자건 경제적인 부담이 수반되는 날이 사흘을 사이에 두고 연이어 있다는 것은 매우 부담되는 일임에 틀림없다. 왜 이렇게 부담되는 날을 연이어 배치했을까?
어린이 날은 1856년 미국의 한 목사가 6월 둘째 주 일요일에 어린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축복한 것을 시작으로 1883년부터 미국 전역에 퍼지게 된 데서 유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22년 5월 1일 소파 방정환 선생이 중심이 된 색동회가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도입했다. 그러던 중 일제의 탄압으로 1939년에 중단되었다가 해방 이후인 1946년에 다시 날짜를 5월 5일로 정했다.
어버이 날은 어린이 날보다 56년이 늦은 1913년에 처음 시작되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 사는 한 여성이 자신의 어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교인들에게 흰 카네이션을 나누어준 것에서 유래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 날’로 지정했다가 1974년부터 ‘어버이 날’로 그 명칭이 변경되었다.
연혁을 알고 보면 일부러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을 사흘 간격으로 배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의 만남은 운명과도 같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어머니 날’을 지정했던 1956년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아들, 며느리, 손자, 손녀까지 모두 모여 살던 대가족 시대였다. 집집마다 아이들도 최소 5남매씩은 두었다. 그러던 것이 산업화 과정에서 핵가족화 되면서 자식들이 고향 집을 떠나 도회지로 이주를 했고, 아이들도 하나나 둘만 낳게 되었다.
고향집을 떠나 살게 되다 보니 부모님을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명절이나 휴가 등 고작해야 일년에 서너 차례 방문하는 사례가 대다수인 듯하다. 게다가 하나나 둘만 낳은 아이들을 좀 더 잘 키워보기 위해 아이들에게 ‘all in’하는 것이 대세로 자리잡게 되었다. 학원 방학에 맞추어 여름 휴가를 잡는 일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심지어는 명절에도 쉬지 않는 학원 때문에 아이와 엄마는 남겨 놓은 채 아빠 혼자 명절 쇠러 고향집을 찾는 사례마저 생겼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운다는 것을. 아버지, 어머니가 할아버지, 할머니댁을 자주 찾아뵙지 않는 것을 본 아이들이 나이가 들면 보고 배운 모습과 달리 행동할까? 내가 자식을 위해 ‘all in’을 하였으니, 내 자식도 나의 기대를 만족시켜 줄까?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내 자식은 절대 그렇지 않을 거야’라는 허황된 믿음에 기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어 보인다.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의 운명 같은 만남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과 3일 전 자식에게 해준 만큼 부모님에게 해드리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아니, 3일이라는 망각의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1/3만큼이라도 생각해 달라는 뜻이 아닐까?
새삼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의 만남은 운명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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