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기자는 ‘무주 일부 사과농가가 잎 따기 작업시기를 앞당겨 농사를 망쳤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적이 있다.
햇볕 데임(일소·엽소) 피해의 원인이 폭염이라는 자연적인 탓도 있지만 잎 따기 작업을 서두른 ‘농민의 과실’탓도 있다고 했다.
물론 잎 따기 작업을 앞당겨 했다손 치더라도 지독한 폭염만 없었더라면 피해는 비껴갈 수 있었고 시골마을의 일손이 부족하지만 않더라고 작업을 서두르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이 빠른 잎 따기 작업이었다는 것은 불변이며 피해농가 대부분은 무풍면에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보도 후 군 관내 농협조합장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농사를 망친 농민들에게 위로는 못할망정 마음의 상처를 주는 기사를 써서 되겠느냐. 언론이 사회적 약자 편에 서줘야 되는 것 아니냐”는 등 일종의 항의내용이었다.
모두 맞는 말이었고 기자 역시 공감하는 바가 컸다.
하지만 조합장이 간과한 것이 있다. 잎 따기 작업을 하지 않은 농가는 거의 피해가 없었다는 점이다.
농가들에게 전문지식을 알려 농사에 큰 도움을 주는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잎 따기 작업을 적기에 하도록 영농지도를 해왔고 이런 피해를 입게 된 건 날씨 탓도 있지만 농가들이 수확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그 작업을 서둘렀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작은 욕심이 큰 화를 불러온 것.
이번 폭염으로 인해 무주사과가 수확량 감소와 함께 상품으로써의 가치하락까지 가져왔다는 것인데 작황이 좋은 농가들은 이에 대해 불만이 높다.
과수농가들은 “농사가 잘못된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마치 무주사과 전체가 품질이 좋지 않은 것처럼 호도하는 것에는 큰 문제가 있다”며 “이런 일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무주사과가 외면당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냐”고 했다.
조합장은 최초로 사과농가들의 피해사실에 대해 취재를 부탁한 장본인이다. 조합장의 무한한 농민사랑 그 자체는 감동이지만 한쪽 면을 바라보는데 치우쳐 무주과수농가 전체가 농사를 잘못지은 것 마냥 비치는 건 우리 모두의 손해다.
모든 일에 신중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기관단체장은 더 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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