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암이란 바로 죽음과도 같은 단어로 취급되며 환자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너무도 힘들게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우리가 관심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암도 암이지만 ‘암이 주는 공포’는 우리 모두에게 만만치 않은 고통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보게 되는 장면이 있다. 겉으로는 특별히 이상이 없어 보이는 주인공이 우연히 건강검진을 통해 그 결과를 듣게 되는데, 의사는 신중하고도 어렵게 이런 말을 한다. “암입니다. 이제 3개월 남았습니다.” 주인공은 세상이 무너지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하며 곧바로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모든 것이 깜깜하고 멍해지며 걸음을 걸을 수조차 없는 막막함을 느끼게 되고, 잘 먹던 음식도 맛을 느끼지 못하고 식욕은 떨어지며, 부쩍 피곤해지고 멍하니 생각을 놓다가 점차로 묵직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서서히 몇 주를 보내면서 체중은 급격히 감소하고 몸의 상태가 나빠져 정말로 몇 달 안에 사망하게 되는 과정을 말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그 짧은 몇 달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암의 진행이 말기로 갈수록 진행속도를 더욱 가속화 시키게 되고 그로 인해 증상은 급격히 악화되기 때문이다. 이 가속화 되는 암의 진행은 ‘공포’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진료에 임해서도 환자와 가족들의 ‘공포 없애기’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사실 쉽지는 않지만 암에 대한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야 비로소 암을 서서히 진행하도록 유도하면서 삶을 연장시키거나 그러한 과정 속에서 완치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유럽에서 활동한 저명한 중국계 의사인 황여우펑(베이징 국제노화방지의학센터 고문) 박사는 30년 동안 매년 200구가 넘는 병사자의 시신을 해부하면서 특별한 사실을 발견했다. 75세가 넘은 이들은 당뇨나 다양한 질병으로 숨진 사람들이었는데, 부검을 해서 보니 그들은 암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오히려 사망원인은 암이 아닌 다른 질병들 이었다는 사실이다. 누구든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극도의 공포에 빠지게 되고 이것이 면역체계에 이상을 일으켜 암을 더욱 키우고 가속화 시키게 된다. 불안이나 공황상태가 있을 때에는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쳐 암을 이기는 힘이 더욱 약해지게 되는데, 처음 암에 걸린 것을 알았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암에 걸렸다는 것을 부정하고 분노하면서 정신적 공황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정신적 충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암의 완치율과 재발률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집단치료나 가족의 지지가 좋을 때 암 재발률은 낮고 생존율은 높아지는데, 결국 암이 무서운 질병이기는 하지만 암보다 더 무서운 것은 죽음에 이르는 공포가 그 중심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암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다스리고 공포를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생각한다. 세계 각 국에서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항암치료기술은 약물치료와 유전자 치료에 모아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본원의 통합암센터에서도 환자들이 공포로부터 신속히 회복하기를 기대하며 고주파 온열암 치료를 비롯하여 면역력 증가와 삶의 의지를 굳건히 할 수 있도록 병행 치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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