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공기와 지면을 달구기 시작하는 계절. 봄과 여름의 경계는 그 열기로 녹아내린다.
이글거리는 태양을 고개를 들어 똑바로 쳐다보며, 오뉴월을 대표하는 꽃 장미는 그렇게 피었다.
‘2017 FIFA U-20 월드컵 코리아’가 한창인 전주, 세계 청소년 축구 스타들이 한 판 승부를 벌이는 ‘전주성’ 바로 근처에, 전북도민이 사랑하는 장미 명소가 있다.
“장미를 보러 왔어요. 꽃이 참 다양해서 좋습니다. 이만한 곳이 없죠.”
장미를 배경으로 연신 어린 아들의 사진을 찍던 전주시민 김지수 씨(37)는 “미세먼지가 없으면 보통 여기로 온다”고 말했다.
그의 평가는 “관리가 잘 돼 있다”는 것, “꽃을 하나하나 보기 좋다”는 것, 그리고 “외지인에게도 자주 추천하곤 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24일, 전주시 반월동 한국도로공사 수목원에 취재팀이 들어서자 참 타이밍 좋게도 하늘을 덮고 있던 구름이 살살 걷히며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그러고서는 마치 ‘올 신상 여름날 체험행사’라도 하겠다는 듯, 햇볕이 뜨거워졌다.
수련이 동동 떠 있는 연못(수생식물원)을 지나 오솔길(?)을 잠깐 걸으면, 이내 형형색색 제 잘난 얼굴을 뽐내는 장미들이 눈에 들어온다.
빨간색, 자주색, 분홍색, 노란색, 흰색 등 색깔도 다양하지만, 그 모양도 천차만별이다.
장미는 5월 하순 무렵, 그러니까 봄과 여름의 경계선을 밟고 피어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이미지는 ‘화려함’이지만, 사실 다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품종이 있어 한 가지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워낙 품종 개량이 활발해, 지금도 새로운 장미가 계속 생겨나고 있다.
전체 규모가 29만1795㎡에 달하는 한국도로공사 수목원에서 장미원이 차지하는 면적은 3520㎡. 여기에 약 600주의 장미가 심어져 있다.
어디까지나 관찰·학습이 주 목적인 ‘수목원’이기 때문에 휴식·여가가 목적인 다른 장미 명소와는 달리 빽빽하거나 화려한 느낌은 덜하다. 대신 꽃 하나하나를 깊게 음미하기에는 좋다.
이것도 일장일단이 있는데, 이날 동료들과 함께 장미원을 찾은 한 사진 애호가는 “풍경사진을 담기에는 조금 부족하지만, 한 송이 한 송이, ‘감성사진’ 찍을 땐 오히려 좋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 수목원은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전국구’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수목원 측이 밝힌 올 5월(1일~25일) 하루 평균 입장객은 약 2300명. 이날 만난 사진가는 이를 한 마디로 정리했다.
“사진 찍는 사람들은 다 알죠.”
단, 수목원 내에서 삼각대를 펼치는 것은 금지돼 있으니 주의하자.
‘장미의 계절’이지만, 장미만 보고 가기엔 나머지 공간이 아깝다.
수생식물원 나무다리 위에서 물 위에 동동 떠 있는 수련과 이따금씩 첨벙 소리를 내는 잉어들을 바라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한 달여 뒤에는 연꽃이 필 테니 그때 다시 찾아도 좋다.
어쩌면 ‘이열치열’의 느낌으로 온실에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을 테지만, 햇볕이 뜨거울 땐 역시 숲속으로 들어가는 게 최고. 수직으로 쭉쭉 뻗은 죽림원 대나무 사이에 서서 열을 식혀보는 것도 좋겠다.
한국도로공사 수목원은 하절기인 요즘은 오후 8시까지 열려 있다. 월요일에는 휴원한다.
시내버스로는 423·424·428번 등을 이용하면 된다.
자가용 승용차를 몰고 외지에서 찾아온다면, 호남고속도로 요금소를 빠져나오자마자 CBS 방향으로 우회전해 지하통로로 건너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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