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스포츠 분야가 아닌 정치계에서 노룩패스가 관심을 받고 있다. 바른 정당 김무성 의원이 공항에서 보여준 신기에 가까운 묘기가 널리 퍼지면서부터다. 보좌관을 향해 캐리어를 밀어주는 그 솜씨는 최고의 선수가 아니면 감히 흉내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보좌관과 아예 눈길도 마주치지 않는 것은 물론 캐리어를 밀어주기 이전과 밀어주고 난 이후의 동작이 마치 물 흐르듯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어어졌다.
이 장면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미국의 레딧(reddit)을 통해서다. 레딧은 미국에서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에 이어 4번째로 방문자수가 많은 곳인데 ‘한국 정치인의 스웨그(swag)’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포스트가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swag’는 ‘거들먹거리다’는 뜻으로 우리말로는 흔히 ‘갑질’이라고 한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는 노룩패스 패러디가 등장했다. 방송인 유병재와 최일구 전 아나운서, 개그만 김대범씨 등이 나섰고, 전달되는 공(?)도 캐리어에서 폭탄, 쓰레기통 등으로 넓어졌다. 되받아치는 패러디도 있고, 컬링을 흉내낸 것도 있다. ‘노룩패스 5대 천황’까지 나돈다. 축구선수 호나우딩요, 호나우도, 안데르손의 신기(神技)에 이어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과 김무성 의원의 놀라운 쏨씨가 나온다. 그런데 ‘배 나온’ 최강희 감독이 선보이는 것은 노룩패스가 아닌 실축이다. 정치인의 행동이 하도 어이없다보니 사람들이 이렇게 해서라도 웃어보자고 나서는 것이다.
그런데도 당사자인 김무성 의원은 ‘보좌관이 보여서 밀어줬다’. ‘보좌관과 눈을 마주치지 않은 것을 내가 해명해야 하느냐’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들의 눈에는 이상한 것이 그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고, 한 번도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질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데, 정작 갑질하는 당사자만 모르는 것. 이제 이런 것들은 더 이상 노룩(no look)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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