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이라는 뜻이다. 사람은 기계나 컴퓨터가 아니므로 업무상, 인간 관계상 실수와 잘못을 할 수가 있다. 이미 발생한 실수에 대해서는 결코 돌이킬 수가 없지만 그로 인해서 피해를 받은 관계자에게 사과하는 것은 굳이 양심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앞으로의 관계 유지와 신뢰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 관문 중에 하나다.
그런데 그 사과가 생각만큼 쉬운일은 아니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더구나 지위가 높거나 자존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굉장히 하기 어려운 표현이다. 심리학자들은 “사과를 청하면 상대방보다 권력 위치가 아래로 내려가는 심리 때문에 꺼린다”고 분석한다. 용서를 청함으로써 상황에 대한 통제권을 잃거나 실패한 사람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는 일종의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며 용서를 빌고, 또한 이를 흔쾌히 받아주는 태도는 대인(大人)의 풍모로 해석돼 왔는지 모르겠다.
‘지는게 이기는 것’ 이라는 말도 있다. 역설적인 얘기다. 사과가 그렇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며 상대방에게 용서를 빈다는 건 어쩌면 자신이 지는 행위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함을 깨우치고 마음속에 품고 있는 자책감을 온전하게 털어버리고, 상대방에게 실수 이전에 갖고 있던 모습으로 회복할 수 있는 도구인 사과야말로 강한 사람만이 할수 있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사과를 받아들이는 상대방이 이를 진정으로 받아들이냐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사과와 용서가 불편한 관계를 회복할수 있는 분명한 시작임이 틀림없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7일 전북도를 찾아 지난 2일 전북도의회 삼성 새만금투자 MOU 조사특위에 출석해 자신이 내뱉은 ‘지도자를 잘못 만난 전북 도민이 불쌍하다’는 말실수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에 나섰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정제되지 못한 발언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었을지도 모를 도지사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지도자들에게 머리숙여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진정성을 위해 무거운 발걸음도 마다하지 않은 그만의 고해성사 행보다.
비록 도지사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애초 예정된 직접적인 만남을 통한 흐뭇한 장면 연출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두 지도자가 하루빨리 대인의 풍모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전북도와 익산시가 앞으로 더욱 돈독하고 단단한 결속을 맺어가길 바라면서 아름다운 사과의 대표적 예로 지금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중국 고사 한토막을 소개한다. 중국 전국시대 조나라 혜문왕 때 ‘인상여’란 책략가가 있었다. 슬기로운 지혜로 진나라 침공을 완벽하게 막아 내는데 현격한 공을 세웠다. 혜문왕은 그를 나라의 최고 벼슬인 상경(上卿)에 임명한다.
그러자 대장군 ‘염파’는 어린 인상여가 자신보다 더 높은 지위에 오른 데 불만을 품고 세간에 시기 어린 비난을 늘어 놓았다. 인상여는 나랏일이 우선이라며 일절 대응하지 안았다.
끝내는 염파가 웃통을 벗고 가시나무를 등에 진 채로 인상여를 찾아가 사과하며 체벌을 청했다. 향후 두 사람은 생사를 같이하는 깊은 우정을 나눴다.
‘부형청죄(負荊請罪)’
잘못을 뉘우치기 위해 웃통을 벗고 가시나무를 등에 지고 사과한다는 뜻에서 유래된 고사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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