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당선되면 3선 순탄 / 정치신인 등장 어렵고 부정부패 가능성 높아
“재선 8년 동안 전력을 다 했더니 기력이 너무 쇠진됐다. 초선 4년은 짧고 3선 12년은 너무 길다. 이제 더 이상 쏟아 부을 창발력과 정열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3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재선 단체장들이 잇달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모 재선 구청장이 털어놓은 이야기다. 서울 관악구 유종필 구청장이 7월 3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한 이래 10여명의 기초 단체장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에 3선 포기 기초단체장이 속출하는 이유는 광역단체장이나 총선 출마를 위한 포석인 경우도 있지만 ‘재선 8년이 적당하다’는 솔직한 고백은 매우 신선하다.
정가에서는 흔히 “국회의원은 3선이 고비지만 단체장은 초선만 어려울 뿐 재선, 3선은 식은 죽 먹기”란 말이 회자된다. 국회의원의 경우 재선이 되고도 중앙정치에서 중량감 있는 인물로 발돋움하지 못하면 3선 도전 시기에 ‘물갈이’의 대상에 시달리게 마련이지만 단체장은 이와는 반대다. 단체장은 재임 중 쌓은 높은 인지도에다 행정조직과 관변단체를 장악한 상태여서 사실상 ‘준관권선거’가 가능하기에 재선, 3선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이런 가운데 지자체장의 3연임을 제한하자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2014년 6월 지방선거에 앞서 구성된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이던 주호영 당시 새누리당 의원이 단체장의 임기를 재선으로 단축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또한 그해 3월에도 홍영기 목포시장 예비후보가 인터넷에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3선을 해서 12년이나 한다면 그것이 독재가 되고 고인 물이 돼 썩기 쉬운 것”이라며 자치단체장의 3연임을 제한하는 청원운동을 전개하고 나서기도했다.
자치단체장 3연임 불가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단체장이 갖고 있는 지방정부에서의 무소불위 권력 때문이다. 인사권과 예산편성권, 각종 인허가권을 가진 단체장은 사실상 지역에서는 ‘제왕’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시골 단체장인 군수의 경우는 소(小)통령이라고까지 불리기도 한다. 직업공무원도 단체장 앞에선 꼼짝을 못하며 시골의 경우엔 초선 4년이면 각종 관변단체와 지역 유지들도 다 틀어쥘 수 있다. 게다가 지방의회마저 소속정당이 과반수일 경우 의회에 의한 견제는 거의 불가능하다. 관내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테이프 커팅을 하는 행위는 사실상 ‘합법적 사전선거운동’이다. 이처럼 한번 당선되면 중대 과실이 없는 한 3선 고지에 오르는 현실에서 정치신인의 등장은 난망하다.
지방에서 단체장이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다 보니 단체장들은 걸핏하면 각종 비리의 사슬에 연루되곤 한다. 행안부의 통계에 따르면 1995년 민선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래 10년 동안에만 무려 138명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사법처리되는 등 유사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2006년 헌법재판소는 지자체장들이 자신들의 연임을 3번으로 제한한 지방자치법에 대해 낸 헌법소원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면서도 “지자체장은 인사권 등의 권한으로 다른 후보자에 비해 선거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해 장기집권을 할 가능성이 높고 부정부패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별도의견을 내놨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개헌 시에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정부에 권한이 위임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그에 걸 맞는 책임을 부여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 차원에서도 3연임 제한은 심각하게 도입을 검토할 때다. 현재 대통령도 단임인 마당에 ‘지방 소통령’인 단체장의 3연임은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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