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공공 주도 관광거점 시설 확충·월명동·장미동 근대유산 활용·관람객 특정 시설 집중 한계점·지역상권 활성화가 성과 좌우 / 완주, 민간위탁 통해 효율성높여 삼례문화예술촌 대표 공간·잠종장 부지 리모델링 통해 공예 창작공간으로 활용도
전문가들은 도시재생 성공 기준으로 크게 세 가지를 언급한다. 지역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차별적인 사업 발굴, 지역 자립형 도시재생을 위한 주민 참여, 지역 협력적 파트너십 구축 등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전북지역에서도 도시재생 성공 기반을 만들어가는 곳이 있다. 중앙정부 주도적 성격을 띤 군산 근대역사문화지구, 지방정부 주도적 특성을 보이는 완주 삼례문화예술촌이다.
도시재생의 본질적인 성격은 도시 ‘사회운동’이다. 내가 사는 동네를 다음 세대도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드는 사회운동. 도시재생은 인식 전환에서부터 시작한다. 군산시와 완주군 도시재생은 이 도시 사회운동으로까지 발전·진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도시재생 성공을 논할 수 있다. 주요 관광거점시설을 토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지역 내부 경제순환구조 즉, 사회적경제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군산, 주요 관광거점시설 조성 성공
“도시재생사업은 행정이 할 일이 있고 주민이 할 일이 있다. 행정이 주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주민이 주도하는 것도 아니다. 도시재생은 행정과 주민이 협력을 기반으로 각자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군산시 도시재생 홍보 골목 벽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그리고 왼편과 오른편을 나눠 행정과 주민이 각자 어떤 일을 해냈는지 소개한다. 군산시는 월명동, 장미동 일대를 대상으로 한 1단계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총 636억원)을 통해 근대역사벨트화사업, 근대역사경관사업, 1930 근대군산 시간여행사업 등을 추진했다. 이 근대역사벨트화사업으로 군산근대건축관(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군산근대미술관(구 일본제18은행), 장미공연장(구 대한통운창고) 및 장미갤러리(구 곡물창고), 미즈카페(구 미즈상사) 등 근대산업유산이나 근대건축문화재를 활용한 문화예술공간을 조성했다. 즉 중앙정부 주도로 주요 관광거점시설이 확충된 셈이다.
주민은 자발적으로 3대 문화 운동(화장실 개방, 주차 양보, 나부터 3분 걷기)을 전개하고 주민협의체에 가입한 공동체를 중심으로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군산시도시재생센터와 건물주, 예술단체는 협약을 맺고 도시재생 선도지역 내 문화예술인이 활동하는 시민문화체험공간 3곳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주민 44명이 참여한 군산시 중앙동 경관협정 체결, 우체통 거리 조성 등이 있다.
군산시도시재생지원센터 이길영 사무국장은 군산 도시재생 문화콘텐츠로 일제강점기부터 건축법이 제정된 1962년까지 설립된 ‘건축물’, 격자형 ‘도로’ 구획을 꼽았다. 도시재생 선도지역 내 근대건축물은 169채. 일본 서민주택인 나가야 주택부터 1950년대 나무 전봇대, 1960 ~1970년대 화강석 마감재를 사용한 주택을 모두 볼 수 있는 건축 박물관과 같다.
이 사무국장이 지속해서 고민하는 부분은 ‘지역 상권 활성화’다. 주요 관광거점시설이 조성됐지만 관광객이 근대역사박물관, 고우당, 동국사 등 특정 시설에 집중되는 한계 때문이다. 그는 공공 주도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할 때 발생하는 사각지대를 ‘주민’이 메꿔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리모델링비 지원이나 임대료 지원 등 인위적인 정책을 추진하지 않아도 빈집이 자연스레 채워지고 있다”며 “결국 지역 상권 활성화 여부가 도시재생사업으로 인한 파급 효과이자 성과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군산시 도시재생사업은 건축물과 실내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내항지구라는 공간적 맥락과 산업유산적 가치 전달에는 미흡한 측면이 드러난다. 주민참여프로그램 등 참여 기회 제공에 대한 행정적인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완주, 도시재생 공간 확장 시도
완주군 도시재생 사례로는 삼례문화예술촌이 대표적이다. 완주군 삼례읍은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동학농민혁명 삼례봉기, 조선시대 역참지 등 역사적 흔적을 지닌 지역이다. 삼례 양곡창고는 2010년까지 창고로 사용되었으나, 전라선 복선화로 철로와 역사가 옮겨가면서 기능을 잃었다. 이후 양곡창고 천장이나 외벽 등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는 방식으로 리모델링해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었다. 2013년 개관한 삼례문화예술촌은 1920년대 지어진 창고 5동과 주거공간 1동, 1970년대 세워진 창고 1동 등 총 7동으로 구성돼 있다. 이를 각각 김상림 목공소, 디자인뮤지엄, 문화카페, 비주얼미디어아트미술관, 책공방아트센터, 책박물관, 운영사무동으로 활용한다.
특징적인 부분은 각 공간을 위탁기관(삼삼예예미미 협동조합) 소속 관장이 운영해 전문성·효율성을 높이고, 행정은 위탁기관 이견을 조율하는 중재자적 역할을 취한다는 점이다. 위탁기관을 먼저 선정하고 이후 설계와 시공을 진행하면서 리모델링 기간과 비용을 절약했을 뿐만 아니라 특색있는 공간을 조성하기도 했다. 현재는 비료창고를 리모델링한 ‘책마을 문화센터’와 뷔페형 레스토랑인 ‘새참수레’ 등을 통해 인근으로 도시재생 공간을 확장하는 단계다.
전국적으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도시재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완주군 문화예술과 김미경 주무관은 “최근 유휴자원을 문화예술시설로 변모하는 사례를 보면 ‘공간 다양화’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삼례문화예술촌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로 삼례문화예술촌 위탁기관의 자립 운영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삼례문화예술촌과 삼례책마을 통합 브랜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주군의 또 다른 도시재생 사례는 복합문화지구 누에(nu-e)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잠종장으로 알려진 농업기술원 종자사업소 잠업시험지의 건물과 부지를 복합문화지구로 전환·재생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1985년 완주군 용진면을 농업기술원 종자사업소 잠업시험지 신청사 부지로 선정하고, 토지 6만여 평에 건물 28동을 신축했다. 1987년 잠업시험장, 잠업검사소가 순차적으로 이전했다. 2011년 농업기술원 종자사업소 잠업시험지가 부안누에타운으로 이전하면서 빈 곳으로 남았다. 이후 2013년 완주군이 잠종장 부지 매입하면서 ‘폐산업시설의 문화시설 활용 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2014년에는 에너지적정기술센터 조성사업에 착수하고, 2015~2016년 잠종장 부지 건물 총 10동을 문화시설로 리모델링했다. 2016년에는 건물 4동이 완주가족문화교육원으로 개관했다. 문화시설은 도자, 목공, 칠보, 천연염색 등 공예 창작공간으로 활용한다. 올해는 시범적으로 레지던스 작가 7명을 선정해 창작지원금과 재료비 등을 지원했다. 내년 6월께 정식 개관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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