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농작물 생산 공장 일본에 150여개 / 농업 재생 원동력인 과채류 생산 연구도
식량 공급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지속 가능한 농업 생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일본은 이를 기회로 국제사회에 식량을 보급한다는 것을 목표로 식물공장을 2009년도부터 늘려가는 추세다. 일본의 식물 공장 기술력은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 바탕에는 1980년대부터 식물공장을 연구하며 미래사회를 대비한 고토 에이지 교수의 힘이 컸다. 그는 차세대 농업 혁신가로서 해외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 치바대 연구실에서 만난 고토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높은 기술력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담은 전북대학교 김경수 석좌교수가 진행했다.
김경수 교수=만나 뵙게 돼 반갑습니다. 한국에서 우리가 교수님을 찾아뵌 것은 도래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대책을 논의해보기 위해서입니다.
고토 에이지 교수=직접 연구실까지 찾아오셔서 감사합니다. 일본과 한국의 농산업은 비슷한 점이 참 많지요. 주력연구 분야인 ‘식물공장’ 관련 현안을 비롯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저도 기쁩니다.
김 교수=우선 4차 산업혁명 형 농업에서 크게 거론되는 두 가지 형태인 ‘식물공장’과 ‘스마트 팜’에 대한 혼동이 많습니다. 식물공장과 스마트 팜의 차이부터 설명해주시지요.
고토 교수=스마트 팜으로 대표되는 유리온실은 비닐하우스와 같은 시설원예의 연장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비닐하우스는 우리에게 추운계절에도 농작물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습니다. 어찌 보면 커다란 혁명이지요. 그러나 비닐하우스와 유리온실을 통해 1년 내내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는 굉장히 힘듭니다. 반면 식물공장은 365일 내내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소위 공장 생산에 가까운 형태지요. 또한 인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아 노동력이 부족한 현대 농촌에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김 교수=식물공장이 차세대 농업기술로 대중에게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연구를 처음 시작한 시기와 식물공장의 가능성에 대해 들려주시지요.
고토 교수=제가 식물공장 연구를 처음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께로 기억합니다. 인프라 구축비용과 정부의 선입견 때문에 그동안 상용화가 늦어졌을 뿐, 식물공장은 70년대서부터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식량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으며 다양한 기능과 맛을 가진 채소를 만들어 낼 가능성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식물공장에 대해 시선이 집중되고, 본격적으로 보급된 이유는 IT 기술 및 장치의 진전과 가력하락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일본은 2009년을 기점으로 식물공장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농촌의 고령화때문이지요. 현재 일본 내 식물공장은 전국에 150개소를 넘어섰습니다.
김 교수=식물공장의 구조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고토 교수=닫힌 공간이 필요합니다. 토양은 필요없고, 대신 배양액에서 농작물을 재배합니다. 배양액 안에는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소인 질소와 인 등이 포함돼 있어 어떤 배양액의 상태에 따라 재배할 수 있는 식물의 수가 크게 좌우됩니다. 또한 배양액을 바꾸는 것으로, 여러가지 기능성 채소도 만들 수 있습니다. 식물은 뿌리로 호흡하고 있기 때문에 배양액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돼 있습니다. 공기상태와 빛도 조정 할 수 있죠. 빛과 물과 그리고 이산화탄소가 화학 반응을 일으켜 산소와 포도당을 만들어내는 기본 메커니즘은 노지재배와 비슷합니다.
김 교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식물공장은 약점도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막대한 설비투자비와 높은 생산비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 경제성이 낮다는 점과 식량안보와 직결되는 곡물류 대신 엽채류 중심으로 대상 작물이 편중돼 있다는 점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생산규모가 커지고 기술진보가 이루어져도 일반 농민들이 소자본으로 진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고토 교수=여러가지 약점에 노출됐다 하더라도, 식물공장이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식물공장 연구는 위기의 미래농업을 재생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으며, 생산물뿐만 아니라 식물공장 아이디어 자체를 수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식물공장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 엽채류에서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식물공장을 활용해 토마토, 파프리카, 딸기, 고추 등 과채류 모종을 생산하는 연구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중동, 몽골 같은 극서, 극한 지역에 식물공장 기술과 인프라를 수출하는데 목적이 있죠. 농민들이 소외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많이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대를 맞아 농업 패러다임은 곧 크게 전환될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김 교수=식물공장 말고도 많은 첨단기술이 농산업분야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습니다. 전북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농생명 산업을 바탕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킨다는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전북에는 한국의 농업기술이 집약된 연구기관이 거의 모두 모여 있지만, 민간부문의 경제유발 효과는 아직 미약한 수준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4차 산업혁명은 기술뿐만이 아닌 인식의 혁명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입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고토 교수=일본은 2009년 이후 정부 차원에서 식물공장 육성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고립된 섬이라는 지정학적 특성과 함께 잦은 지진, 태풍, 해일 등 기상재해로 인한 식량 안보 차원의 위기감이 고조됐기 때문이지요. 농업은 자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분야입니다. 인간의 생명과도 직결돼 있지요. 농생명 산업을 통해 경제를 부흥시키려면 한국 내에서 전북이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강점과 약점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급변하는 환경과 기술에 먼저 적응할 수 있는 생각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는 교수님의 생각에 저도 동의합니다.
일본 치바현 마츠도시=김윤정 기자
● 고토 에이지 교수는
- 온도·습도·빛 제어 시스템 연구 세계적 권위자
치바대학교 원예학과 고토에이지 교수는 ‘물리적 환경 제어 분야 프로그램’ 연구자 중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 그는 식물생체정보, 계측학, 생물환경 시스템 공학을 중심으로 일본의 미래 농업을 설계하고 있다. 고토 교수는 인간이 온도, 습도, 빛을 제어할 수 있는 환경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30여년 이상 몰두하고 있다. 1997년 도쿄대학교 생명과학 연구과 조교수를 거쳐 2004년부터 치바대학 원예학과에서 재직하고 있다. 80년대부터 식물공장의 장래성에 주목했으며, 세계 식물 공장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 대담자 김경수 전북대 석좌교수
- 경제관료 출신 '일본통'
김경수 전북대학교 석좌교수는 익산 출신으로 부산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25회로 공직에 입문,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장, 지식경제부 지역경제정책관 등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이다. 재임 중 일본 히토쓰바시대 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경제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또한 그는 일본 통상산업성과 주일본 한국대사관에서 파견근무를 했던 ‘일본통(通)’으로 일본 경제산업성 관료 및 기업인들과의 가까운 인맥을 유지하고 있다. 영어, 중국어, 일어 등 4개국 언어가 가능해 글로벌 흐름을 읽는 데 능통하다는 평가다. 현재는 농생명 산업을 활용한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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