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고재에 동학인물 등 조각
콧수염을 단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여운형의 얼굴이 휘어진 서까래 안에 담겨 있다.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와 2대 교주 최시형, 고광순 구한말 의병장과 그를 위한 추모시를 쓴 매천 황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인 박열과 그의 부인 가네코 후미코, 대장 김창수(백범 김구)와 항일여성운동계의 대모 김마리아, 게릴라항일전투의 전설 홍범도, 전태일과 염호석 열사 등. 한숙 미술가가 근현대 100년사를 지켜온 인물들을 미술로 끄집어냈다.
23일까지 전주 복합문화공간 ‘차라리 언더바’에서 열리는 한숙 작가의 개인전은 쓰러져간 들풀의 이름을 찾아 불러주는 작업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조선 말기 의병과 동학농민, 그리고 독립운동가와 민주투사, 노동자 등 역사 속에서 당당히 맞섰던 사람들을 버려진 한옥고재에 담고 있다.
지난 2015년 옛 전북도청사를 철거할 당시 도청사에서 나온 오래된 나무 기둥들을 얻게 됐다. 그것을 하릴없이 마당 구석에 놓아두길 1년, 역사성이 있는 나무에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영웅들의 정신을 불어 넣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는 “내 작업은 그들을 마주하며 역사 속에 함께 서는 것”이라며, “단절된 과거의 인물이 아닌 이들과 연장선에 서 있다고 느끼면서 이들의 인생을 통해 나의 방향, 위치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오후 7시 전시장에서는 한숙 작가가 작업에 관한 강의도 한다.
한편, 전시는 전북민족미술인협회가 대안미술·민중미술 공유를 위해 운영는 문화거점 ‘차라리 언더바’를 활성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농민작가 박홍규 미술가 등 전북 민미협 회원들의 개인전이 연말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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