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학예연구사·수장고 등 기본요건 안갖춘 채 운영 / '자치단체 시설 늘리기의 전형·문화시설 질 저하' 지적 / "불법 시설돼 지원 못받아…실질적인 명단 재정리 필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전국 국·공립 박물관은 11월 30일까지 일정 자격요건을 갖춰 시설 등록을 해야 했지만 전북지역 국·공립 박물관·미술관 8곳은 여전히 미등록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등록하지 않으면 박물관 지위를 잃게 돼 운영의 어려움에 처하고 장기적으로 문을 닫게 될 가능성도 있다. 또 등록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문화시설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조건도 갖추지 못한 셈이어서 전북지역 국·공립 박물관·미술관의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박물관·미술관의 전문성 강화와 환경 개선 등을 위해 ‘박물관미술관법 시행령’을 개정, 국·공립 박물관은 의무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시설 등록하도록 했다.
등록 요건은 전문 학예연구사 채용, 일정 규모의 소장품·전시장 확보, 수장고·자료실·도난 방지시설 및 온습도 조절장치 확보 등이다. 문화 시설로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에 따르면 등록 대상이 등록을 하지 않으면 불법 행위가 돼 관객 입장료나 국가나 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진다. 또 자치단체 합동평가 등에 반영된다.
하지만 전북지역은 국·공립 박물관·미술관 총 34개소 중 8곳이 등록을 하지 못했다. 미등록 시설은 입점리고분전시관·고부민속유물전시관·태산선비문화사료관·구파백정기의사기념관·신평면 생활박물관·고창 고인돌박물관과 순창공립옥천골 미술관·김제 벽천미술관 등이다.
등록하지 못했다는 것은 기본 요건조차 채우지 못했다는 것. 대부분의 시설이 설립 10년이 넘은 곳들인데 그동안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은 자치단체의 미흡한 관리와 전형적인 ‘시설 늘리기’를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11일 방문한 정읍의 고부민속유물전시관은 공식 휴무일(월·일요일, 국경일)이 아님에도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전시관 관계자는 “혼자 관리하다보니 일이 생기면 ‘휴무’안내문을 써 붙이고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방문객이 적어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 업무를 보다가 관람객이 방문하면 문을 열어주거나 설명을 해주는 식이었다.
2016∼2017 전국 국·공립 박물관 약 400곳 중 최하위 방문객 수치를 기록했던 임실 신평면 생활사박물관. 이곳 역시 방문 문의를 하니 신평면사무소 공무원에게 요청해 들어갈 수 있고, 공무원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엔 관람할 수 없었다.
두 곳은 모두 전북 국·공립 박물관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관람객에게 전시를 보여주기 위한 시설이라기보다는 사무실 한켠에 마련한 생활유물 보관 및 주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의 성격이 강하다.
전북도 관계자는 “각 지자체에서 받은 수요조사를 토대로 문체부에 국·공립 박물관·미술관 명단을 올렸지만 일부 현황을 파악해보면 국공립 문화시설이라고 보기 힘든 수준의 곳들이 있다”며, “문체부 등에서 명확한 기준을 토대로 한 전수·현황조사를 해 등록 대상 명단을 다시 추릴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지역 국·공립 박물관·미술관 중 등록 의지가 있지만 여건이 안 되는 곳들을 지원할 방안을 마련 중이고 실수요 대상 파악을 위한 시설 전수조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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