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정석' 쓰게 된 계기 등 이야기 / "교육의 다양성·특수성 더 확대돼야"
전북일보 리더스아카데미 제4기 2학기 마지작 강의 제23강이 지난달 30일 오후 7시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전북일보사 2층 우석대 공자아카데미 중국문화관 화하관에서 열렸다.
이날 강사로 나선 홍성대 상산고등학교 이사장은 지난 살아온 이야기와 자신의 교육철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홍 이사장은 이날 강의에서 “전북지역을 넘어 한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변화된 인재 양성 시스템이 필수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개인사를 언급하지 않기로 유명한 그는 광복을 맞은 8세 때부터 ‘수학의 정석’을 쓰게 된 계기, 상산고 설립에 이르기까지의 인생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정읍 태인 출신인 홍 이사장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전쟁 등으로 가세가 기울며 중고교 시절을 어렵게 지냈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 시절에 14번이나 이사를 다닐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다”며 “남성고에 입학하고 나서는 하숙과 자취를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홍 이사장의 인생은 1956년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하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홍 이사장은 이 대목에서 “내가 색맹이라서 수학과에 갔다는 풍문이 널리 퍼져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학시절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수학 과외를 시작한 홍 이사장은 당시 사용하던 교재의 질에 실망하고, 스스로 교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광화문 서점을 뒤지며 전 세계의 수학교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던 해인 1966년 ‘수학의 정석’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은 발행 첫해 3만5000여 권이 팔리면서 일약 베스트셀러로 부상했으며, 지난 50년 간 ‘정석’은 4600만여 권이 팔렸다.
홍 이사장은 ‘정석’을 통해 얻은 부를 후학양성에 모두 쏟기로 결심, 44세 때 상산고를 설립한다.
그는 “내가 상산고를 세운 이후부터 지금까지 고민하고 있는 것은 교육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어떻게 살릴 거냐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특히 “2001년 정부가 자립형사립고를 도입하며 ‘평준화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획일성’을 보완하는 한편 고교 교육의 다양화·특성화를 확대하고 수월성 교육을 추구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진보적 정신에서 비롯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사고가 ‘귀족학교’, ‘입시훈련소’라는 비판에는 “우리학교를 직접 와서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그런 이야기를 못 꺼낼 것”이라며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다소 실력이 모자란 학생에게도 입학기회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은 이 학생들을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상산고는 25%이상을 전북지역 인재로 선발하고 있는 점도 다른 자사고와의 차이점”이라며 “오히려 우리학교는 사교육을 줄이고, 학생 간 지역·경제적 형편에 따른 소외감이나 박탈감도 줄여왔다”고 자부했다.
홍 이사장은 평등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지만, 한국 교육에서 평등이념은 획일성과 구분되지 못한 채 악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는 평등이라는 이름아래 이뤄지는 ‘획일성 교육’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라며 “글로벌 시대에 수준이 서로 다르고 원하는 것이 서로 다른 학생들에게 같은 잣대를 적용하려고 하니 사교육 의존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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