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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신드롬이 대한민국에 던지는 화두

더불어 함께 가는 게 장기적으로는 훨씬 앞서 가는 길이 될 것

▲ 유동수 국회의원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한 적이 있습니까?”

 

지난해 말, 암호화폐(가상화폐) 규제조치들이 정부 관계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라온 한 게시글의 제목이다.

 

2017년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들의 폭등세를 보며 사람들은 뒤질세라 투자를 시작했다. 추정치이지만 대한민국에서만 약 300~350만 명이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70% 가량이 20~30대 청년층이라고 하니 대한민국, 특히 젊은 세대는 암호화폐의 광풍 속에 휩싸여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암호화폐의 경제적 측면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논했기에 이 자리에서 굳이 더 첨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지금의 암호화폐 열풍이 시사하고 있는 사회적인 함의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다시 서두의 청원글로 돌아가 보자. 해당 글의 글쓴이는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에 대해 반대하며, 그 근거 중 하나로 “내 집 하나 사기 힘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상화폐로 인해 처음으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다”라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혹자는 이를 보며 “도박판과도 같은,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는 암호화폐에 ‘판돈’을 걸어 큰 수익을 내는 것 말고는 인생에서 행복한 것이 없느냐”고 질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에게 청년의 글은 너무나도 아프게 다가온다.

 

현재 청년들은 광복 이후 자신들의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 세대만 하더라도 누구나 노력하면 일자리를 구하고,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리며, 자기 집에서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 세대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이 같은 확실을 갖고 있지 못하다.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청년실업률, 점점 높아가는 초혼연령과 낮아지는 출산율이 이를 증명한다.

 

희망이 사라지면 ‘한탕주의’가 횡행한다. 지금의 암호화폐 열풍이 바로 그것이다. 만일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들 대다수가 열심히 노력하면 충분히 일정 수준 이상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과연 암호화폐에 이렇게 열광했을까? 필자는 절대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맹자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맹자는 치국의 방침을 묻는 등문공에게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고 답했다. 항산은 늘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는 토지 정도로 볼 수 있고, 항심은 항상 추구해야 하는 바른 마음이나 이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요컨대 기본적인 생활이 보장된 이후에야 도(道)와 덕(德)을 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산’을 보장하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형 성장론’이다. 지금까지는 성장이 분배보다 우선이라는 논리가 대한민국을 지배해왔다. 자연히 뒤쳐진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고, 낙오자가 점점 늘어난 결과 젊은 세대가 암호화폐 광풍에 빠진 것이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이 보다 빠르게 발전할수록 사람을 필요로 하는 노동은 줄어들 것이다. 이제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뜨려야 한다. 이미 서구 선진국에서는 노동시간 축소는 물론 나아가 인류 역사상 최초의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더불어 함께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앞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2018년 한 해는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유동수 의원은 제20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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