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시내 1200여 세대가 거주하는 한 대규모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원 34명이 집단으로 해고될 처지에 놓였다. 해당 아파트가 관리 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경비원들의 고용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다. 이를 두고 입주자대표와 경비원간 책임 공방은 물론, 관리업체 변경 과정의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아파트 전체가 시끄러운 모양이다.
아파트 입주민들 입장에서 관리비를 절감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얼마든지 위탁관리 업체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기존 관리회사 혹은 용역업체 직원의 고용승계 여부가 매번 이슈가 된다. 그 열쇠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의지에 달렸다고 본다. 새 업체를 선정하면서 고용승계의 조건을 달 수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벌어진 해당 아파트의 경우 그런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것 같다.
해당 아파트의 경비원들은 입주자대표가 책임을 회피하고, 현재 인력을 채용하지 못하도록 까지 막았다고 주장한다. 입주자대표와 새 관리업체는 이를 부인하고 있으나 입찰과 채용과정에서 고용승계에 소홀했던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업체와 위탁계약을 맺는 것일 뿐 업체의 인사에 개입할 수 없으며, 경비원들이 업체에게 요구할 부분이라고 선을 그은 입주민대표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해당 아파트 경비원들의 평균 근무 기간이 5~6년이며, 이 아파트에서 13년간 경비를 한 이도 있다고 한다. 법적인 문제를 떠나 아파트 입주자들과 오랫동안 동고동락을 해온 30여명을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몬다는 게 야박스럽다. 울산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관리비를 올려가면서까지 경비원 감축을 막았다는 미담과 대조되고 있다. 이 아파트 입주민들 중에서도 경비원 집단 경질을 안타까워하며 대표회의의 관리업체 변경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법적 대응까지 나선 형국에 이르렀다. 정과 신뢰로 이루어져야 할 아파트 공동체의 붕괴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문제가 되고 있는 해당 아파트와 같은 사태는 앞으로 빈번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아파트마다 관리비를 아끼기 위해 경비원 숫자를 줄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마지막 직업이라고 할 만큼 고령층이 많고 처우가 열악하다. 단기계약으로 언제 그만둘지 몰라 고용불안에 떨어야 한다. 자치관리든 위탁관리든 입주민, 관리소장, 관리업체의 위탁업체 관계자 등 여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관리업체가 바뀌더라도 최대한 고용승계가 이뤄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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