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웃음 다 담은 시대극 / 사회 현실 꼬집는 현대극 / 마블 첫 흑인 히어로까지
이번 설 연휴 극장가 상차림은 여느 해보다 풍성하다. 국내 4대 투자배급사가 모두 한 편씩 기대작을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올해는 마블 스튜디오의 히어로영화까지 가세했다.
가족관객이 많은 명절엔 전통적으로 드라마나 시대극이 강세를 보여왔다. 2013년 설 연휴엔 ‘7번방의 선물’이 극장가를 장악했고 이듬해 선두는 ‘수상한 그녀’, 2015년은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었다. 최근엔 범죄·액션을 기반으로 드라마와 웃음을 섞은 영화가 흥행했다. 2016년 ‘검사외전’, 지난해 ‘공조’다. 올해도 다양한 모양새의 영화들이 골고루 선택을 기다린다.
△ 시대극, 웃기거나 묵직하거나
14일 개봉한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남자’는 조선 헌종 때를 배경으로 한 정통 시대극이다. 작자 미상의 고전소설 ‘흥부전’을 흥부(김주혁 분)가 지었고 소설내용은 다른 형제 이야기를 가져왔다는 상상력을 스크린에 옮겼다.
영화에서 흥부전은 유력한 세도정치가 조항리(정진영)와 민중의 정신적 지주 조혁(김주혁) 형제의 사연이다. 이 소설을 읽은 민초들의 힘이 궁중정치의 흐름을 바꾼다. 결국 백성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사회적 메시지가 묵직하게 담겼다. 제18대 품바 문정수가 연희감독을 맡아 꾸민 세 차례 마당극과 궁중연희가 볼거리다.
지난 8일 극장에 걸린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역시 조선시대 이야기지만, 분위기는 판이하게 다르다. 자타공인 최고의 명탐정 김민(김명민)과 그의 조수 서필(오달수)의 유머가 이끌어가는 영화다.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세 번째 에피소드다.
이번엔 멀쩡한 사람들이 불에 타 죽는 기이한 사건이 주어진다.
시리즈 전편들 역시 설 연휴에 개봉해 흥행순위 수위를 다퉜다. 1편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이 478만명, 2편 ‘사라진 놉의 딸’(2015)은 387만명을 동원해 강자다. 이번 편에선 정체불명의 여인 월영(김지원)이 수사에 적극 참여하고, 판타지·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하는 등 전편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 ‘지금, 이곳’ 현실의 이야기
14일 개봉한 ‘골든슬럼버’는 강동원의 영화다. 순박하고 소탈한 택배기사 건우를 연기한 강동원은 쉴 새 없이 쫓기며 달리다가 1인 2역까지 한다. 유력 대선후보를 암살했다는 누명을 쓴 건우가 그를 검거하려는 정보요원들에게 쫓기는 이야기다. 음모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과 추격전을 지켜보는 재미가 영화를 이끈다. 건우와그를 돕는 친구들간 우정과 추억의 드라마를 보탰다. 동명의 일본 소설이 원작이다.
그러나 광화문과 신촌로터리 등 서울 시내 한복판으로 장소를 옮겼고, 최근 적폐청산의 대상인 권력기관을 은근히 꼬집는 등 한국사회 현실을 비추는 장면이 등장해 거리감은 거의 없다.
‘염력’은 초능력을 소재로 한 코믹 판타지다. 아버지 석헌(류승룡)이 갑자기 생긴 초능력을 이용해 딸 루미(심은경)와 이웃들을 구한다는 내용이다. 루미가 운영하는 치킨집이 재개발로 철거될 위기에 놓인다는 설정에서 시작해, 갈수록 블랙 코미디와 현실 비판에 무게가 실린다. 용산참사와 철거민들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다.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애초 설 연휴 흥행 강자로 예상됐지만 지난달 31일 개봉 이후 완성도에 대한 평가가 혹평으로 기울면서다소 힘을 잃었다. 초능력을 묘사하는 그럴듯한 볼거리보다는 연 감독이 애니메이터시절부터 천착해온 사회적 메시지에 주목하는 편이 낫다.
△ 흑인 히어로·곰돌이도 도전장
탄탄한 고정 팬층을 보유한 마블 스튜디오의 올해 첫 영화 ‘블랙 팬서’가 우연찮게 설 연휴에 관객을 찾는다. 북미(16일)보다 앞선 14일 개봉한다. 와칸다 왕국의티찰라(채드윅 보스만)가 희귀금속 비브라늄과 왕위를 놓고 적들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마블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히어로가 단독 주연을 맡았고 흑인 인권에 대한 메시지를 담는 등 여러 면에서 신선한 히어로물이다. 오는 4월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전투 장면이 와칸다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만큼 ‘예습’ 차원에서 기다리는 팬들도 많다. 개봉까지 엿새 남았지만 이미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8일 개봉한 ‘패딩턴 2’는 올해 설 극장가 최대 복병으로 꼽힌다. 영국의 국민동화 ‘패딩턴 베어’를 토대로 한 코미디다. 1편에서 영국 런던의 한 가정에 정착한 곰돌이 패딩턴(벤 위쇼)가 도둑질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히면서 사건들이 벌어진다. 패딩턴의 귀여운 몸짓과 요절복통 사건들이 관객을 쉴 새 없이 웃긴다. 패딩턴을 식구로서 아끼는 브라운씨 가족의 애정, 한없이 착하고 순수한 패딩턴의 마음 씀씀이가 웃음에 더해 작지 않은 교훈과 감동을 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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