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범벅·쉼 없는 칼질에도 "즐거워"얼굴에 웃음 한가득 / 동그랑땡 등 명절 음식 만들어 영아원·조손가정 등에 배달해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고소한 기름 냄새가 허기를 부른다. 쌀쌀한 칼바람에 눈까지 내려 얼어있던 코끝이 따뜻해진다. 부엌에는 스무 명 남짓한 주부들이 음식준비를 하고 있었다.
봉사단체 ‘전북마음모아’와 혁신도시 젊은 엄마들의 공동체 ‘혁사맘(혁신도시를사랑하는Mom)’회원들이다. 인터넷으로 만난 이들은 이날 가족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엄마의 마음’으로 이른 명절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전주자원봉사센터 최재훈 과장 송현택씨와 기자가 들어가자 모임의 ‘단장’으로 불리는 김희진 씨가 손에 감자칼(필러)을 쥐여준다.
튀김용 고구마 껍질을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벗겼다. 주방용 칼 사용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거란 생각에 기분 좋게 손을 보탰다. 산적꼬치 꽂는 일도 도왔다. 허리가 불편했지만 회원들은 힘든 기색 없이 모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이날 장소를 빌려준 ‘세상을 바꾸는 밥상’대표도 인사하러 들렀다가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다. 30∼40대 베테랑 엄마들은 순식간에 음식을 만들어냈다.
고구마튀김, 동그랑땡, 산적 꼬치, 애호박전, 버섯전까지. 4인용 식탁 네 개가 명절 음식으로 가득 채워졌다.
회원들은 연신 “아이들이 좋아하겠죠? 그렇죠? 얼마나 좋아할까요?”라며 힘을 돋운다. 김 단장은 음식을 준비하는 엄마들에게 명절 선물을 받게 될 아이들의 이름과 생활을 소개했다.
모두 보육원에서 나올 나이가 돼 자립생활관에서 생활하는 청소년들로, 김 단장이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아이들이다.
준비한 떡국 떡과 만두, 그리고 이날 만든 명절 음식과 후원받은 소불고기까지. 회원들은 상자 20개에 명절 음식과 선물을 정성스럽게 넣어 지역 아이들에게 배달했다.
15명이 생활하는 삼성자립생활관. 이곳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수줍은 미소를 띠며 선물상자를 받았다.
김 단장이 “이모한테 세배 안 할 거야?”라고 묻자, 이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건넨다.
이날 회원들은 삼성자립생활관과 영아원, 보육원, 조손가정 등에 명절음식을 전달했다.
전북마음모아봉사단은 인터넷 카페에서 마음을 나누다 2013년부터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주 화요일 영아원을 찾기도 한다.
아이들 돌잔치도 빠짐없이 챙겨 준다.
회원들은 “왜 봉사를 하냐”는 상투적인 질문에 “즐거우니까요”라고 진심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전주시자원봉사센터 최 과장은 “누군가에게는 ‘엄마의 마음’이라는 말이 와 닿지 않거나,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날 선물을 받은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마음이 전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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