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솟아오르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바다가 보였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하늘이 보였다. 바다와 하늘이 뭉클거리며 만나는 지점에 그들이 춤을 추고 있다. 사부작거리는 모래를 딛고, 혹은 거칠고 울퉁불퉁한 바위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모래가 구름이 되고 바위가 구름이 되고 파도가 구름이 되고, 그래서 결국 바다가 하늘이 되는 그 지점에 그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아니 춤을 추며 승천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안으로 숨어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나가려나 보다.
여태껏 그녀는 자신의 내면의 세계에 침잠해왔었다. 그녀의 작품에 매료된 시기는 그녀가 연출한 2007년 작 ‘상사화(相思花)’부터다. 그녀는 상사화에서 사랑을 노래했다. 사랑으로 만나 사랑으로 헤어지고, 믿음으로 만나 믿음으로 헤어지고, 소망으로 만나 소망으로 헤어지는 그런 행복한 만남을 가지고 싶다는 그녀는 상사화를 통해 슬픈 사랑을 노래했다. 잎이 나오면 꽃이 지고 꽃대가 나오면 잎이 말라 버리는 엇갈리는 운명 탓에 슬픈 연인의 꽃으로 불리는 상사화.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의 운명은 얼마나 비극적인가. 그녀는 그 슬프고도 안타까운 꽃의 이야기를 연지홀 무대 곳곳에 풀어놓아 보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그리고 몇 년 뒤에 다시 보게 된 그녀의 작품에서 그녀는 이제 신들의 이야기를 채워 놓는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절대권력 제우스와 여러 신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인 질투, 분노, 슬픔 그리고 로망스를 표현했다. 레테의 강은 저승에 있는 다섯 개의 강 중의 하나로, 죽은 자는 명계로 가면서 레테의 강물을 한 모금씩 마시고 인간 세상의 모든 기억을 깨끗이 지우고 전생의 번뇌를 잊게 된다. ‘사랑아! 레테의 강’이라는 작품을 통해 역시 그녀는 궁극적으로 엇갈리는 인연과 만남을 통해 영원한 사랑을 노래하고자 했다.
그녀의 작품 속에서는 언제나 사랑이 충만했지만, 정작 그녀의 내면은 고독해 보였다. 그러나 오늘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그녀는 더는 고독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여 년간 내면의 세계에 천착해 ‘사랑’을 노래해 왔던 그녀가 앞으로 20년, 아니 더 오랫동안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길 바란다. 오늘 만난 그녀는 너무도 밝고 당당해 보였다. 거센 파도와 풍랑을 지지대 삼아 더 높게 도약하려는 무용수의 힘찬 몸짓을 보며 앞으로의 당당하고 멋진 강명선을 기대해본다.
그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향미 전주부채문화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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