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욕망 이해할 때 인간과 위대한 식물은 더불어 삶 풍성해진다
오월이 되면 숲은 비등한다. 신록의 계절 오월에 숲 속에서 숲이 거는 이야기에 귀기울여 본 적 있는가. 그랬다면 알 것이다. 이때 숲은 우리에게 가장 많은 유혹을 한다. 꽃으로 이끌고 향기로 마주보며 산소로 말을 건다. 바야흐로 숲이 위대해지는 순간이다.
숲을 이루는 것은 식물이다. 식물은 인간보다 먼저 세상에 등장하였다. 그들은 바로 한 곳에 정착했다. 움직임을 포기한 대가로 식물들에게는 장수가 주어졌다. 숲은 디오니소스적이다. 인간이 아무리 줄을 맞추어 나무를 심어도 나무사이에는 경쟁하는 관목과 풀들이 저절로 군락을 이룬다. 햇빛과 바람과 비가 결과하는 아름다운 집단이다.
이성적이지 않은 숲이 가장 풍요로운 질서를 이루는 것은 자연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자연에 대항하지 않고 순응하는 식물의 삶은 우리에게 종다양성이란 큰 선물을 주었다. 더 많은 나무, 풀, 잡초들이 무성할 때 비로소 동물의 삶은 유지되고 강화된다. 무질서한 것처럼 보이는 무성한 숲이 벌과 새를 불러들이고 그들은 먹이를 얻는 대가로 식물들의 번성을 돕는다.
식물의 종다양성을 인간이 바꾸고자 할 때 단일종목의 비극이 시작된다. 미국 중서부를 가면 옥수수밭이 끝도 알 수 없을 만큼 펼쳐져 있다. 인간이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들에게 필요한 사료가 옥수수다. 단종재배(monoculture)는 지력의 극심한 소모를 가져온다. 뿐만 아니라 과다한 농약과 인공비료의 남용으로 옥수수밭과 공존해야 할 동물들의 발걸음도 끊는다. 종국에는 농약에 찌든 농작물을 인간과 동물이 섭취하면서 땅은 황폐해지는 부(負)의 악순환이 펼쳐지는 것이다. 카슨여사는 이미 1962년에 침묵의 봄으로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 바 있다.
인류가 수렵 채취 시대를 마감한 것은 식물의 작물화다. 다이아몬드교수는 식물의 작물화가 맨 처음 시작된 곳은 비옥한 초승달지대라고 한다. 이곳은 지중해성 기후로 온화하고 강수량이 비교적 풍부하여 식물의 군락이 발달해 있었다. 이 중에서 인간이 작물화한 종은 한해살이 풀이었다. 인간의 노동력이 적게 들면서도 씨앗은 식량으로 삼을 만큼 충분히 컸다. 자화수분을 하는 종으로 번식이 용이해야 했다. 초승달지대는 같은 위도에 걸쳐 있어서 기후대가 같았기 때문에 인접지역으로의 전파도 용이했다.
식물의 작물화는 인간의 욕구와 변주하며 협동하는 공진화의 길을 걸었다. 마이클 폴란은 식물에게도 욕망이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사과, 튤립, 대마초, 감자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어느 산기슭에 열렸던 고대의 사과가 전 지구를 정복하게 된 것은 달콤함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인공화의 결과라고 한다.
문제는 식물에게도 욕망이 있고 인간과 협조할 때 지구의 생태계가 윤택해진다는 것이다. 생존경쟁은 도태와 패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협력과 상생도 있다. 식물의 욕망을 인간이 선용하면 사과처럼 달콤함을, 튤립처럼 아름다움을, 감자처럼 구황을 견디게 해준다. 반대로 식물을 지배하려고 하는 순간 단일작물의 대규모재배가 가져오는 부작용이 생긴다.
이제 식물을 존중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식물은 말이 없는 게 아니다. 바람에 흔들리면서, 햇빛에 찬란하게 반사되면서 자연을 받아들이라고 식물들이 번성하도록 숲과 산과 들을 그대로 두라고 쉬지 않고 경고한다. 숲이 우리에게 거는 대화를 따라가 보자. 식물의 욕망을 이해할 때 인간은 ‘위대한 식물’과 더불어 삶이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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