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에 다양한 정보 제공
한 자리서 후보 비교·검증
토론회 만한 이벤트는 없다
지인은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 지원활동을 하면서 뒤늦게 페이스북이라는 새 세상을 만났다. 캠프에서 페이스북 계정을 만들어주고, 활용방법까지 가르쳐줬다. 조심스럽게 ‘좋아요’정도를 누르던 페이스북 초보는 댓글을 달고, 글과 사진을 올리며 금세 선거캠프의 페이스북 전사가 됐다. 경쟁 후보의 계정에 들어가 후보를 조롱했다는 자랑 아닌 자랑도 늘어놓는다.
평소 잔잔하기만 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선거철이면 후끈 달아오른다. 팔로어가 많은 트위터 사용자의 타임라인이나 친구 수가 많은 페이스북 이용자의 벽에는 선거 후보자의 홍보성 게시물이 범람하고 있다.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 때부터 SNS를 이용한 의사표현의 족쇄가 풀리면서 포털 사이트와 미니홈피, 블로그, 이메일, 모바일 메신저 등이 선거운동의 첨병으로 등장하면서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선거운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길거리에 나서지 않더라도 SNS를 통해 자신의 정책을 더 널리 알릴 수 있고, 유권자의 반응까지 앉아서 살필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을 후보들이 어찌 외면할 것인가. 후보나 운동원이 아닌 일반 유권자 역시 SNS를 통해 후보에 대한 바람이나 정치적 입장을 표출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세상이다.
문제는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과거 길거리 선거운동의 폐해를 점차 닮아간다는 점이다. 유세장에 지지 세력을 동원해서 세를 과시했던 것처럼 댓글부대 동원이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지지자간 비방과 인신공격이 난무한다. 후보의 홍보성 메시지가 일반 이용자들의 메시지와 뒤섞여 선거공해로까지 여기게 만든다.
국회를 마비시키며 결국 특검법까지 도입된 ‘드루킹 사건’은 소셜 미디어를 통한 여론조작이 어떻게 가능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얼마만큼의 여론조작이 이루어졌는지 특검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문재인 정부를 비방하는 여론조작활동 사실만으로도 소셜 미디어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아무리 소셜 미디어를 통한 선거운동이 효율적이고 유용하더라도 여론의 왜곡을 불러온다면 선거에서 그 생명은 끝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서 공명선거를 치르는 것만큼 선거에서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미 보편화된 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이제와서 일괄 규제의 과거로 되돌리기도 쉽지 않다.
해답은 선거토론회의 활성화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선거에서 후보자 토론회는 1997년 제15대 대선에서 처음 도입된 후보자 토론회는 그 효과나 공정성에서 논란이 있었으나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고의 방송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유권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데 성공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지난 대선 후보자토론회 효과 분석 결과 유권자의 62%가 후보자의 자질을 잘 검증할 수 있었고, 다른 정보매체에 비해 유익했다는 응답이 83%나 됐다.
물론, 후보토론회가 여러가지 제약과 틀 속에 진행되면서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 및 능력을 충분히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청자들이 혹할 인신공격이나 네거티브로 곧잘 흘러 후보의 공약과 정책이 뒷전으로 밀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유권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한 자리에서 후보를 비교·검증하는 수단으로 후보토론회 만한 선거이벤트는 없다.
6·13 지방선거가 21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정작 ‘지방’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드루킹 사건 등 전국적인 이슈에 가리고, 더불어민주당의 견고한 여론 지지도 앞에 정책선거가 실종되면서다. 이런 상황임에도 도내 일부 유력 후보들이 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법정 토론회 이외의 토론회에 불참을 통보했단다. 후보의 토론회 불참은 유권자에게 후보의 정책과 자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만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유권자들에게 후보의 능력과 자질을 충분히 비교 평가할 수 있는 기회마저 앗아간다는 점에서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며 미래를 설계하는 절호의 기회다. 토론회가 그 중요한 통로다. SNS 안에서 왜곡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 토론회에서 이뤄진 내용을 SNS를 통해 널리 확산할 수도 있다. 누가 진정한 지역의 지도자감인지 화끈한 토론회로 가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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