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 만경강·들·논 연작시 등 시 66편 수록
군산대 국문학과 최동현 교수가 등단 33년 만에 첫 시집 <바람만 스쳐도 아픈 그대여> 를 펴냈다. 바람만>
이 책에는 시 66편이 수록돼 있다. 1부 언 강을 건너며, 2부 민둥산 너머, 3부 모진 그리움, 4부 봄이 온다 등 각 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인은 시대와 역사의 ‘겨울’ 속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다. 이 기다림의 순간을 ‘모진 그리움’이라고 표현하는 그에게 이번 시집은 봄에 대한 혹독한 고백과도 같다.
최 교수에게도 시가 삶의 전부일 때가 있었다. 그런 시를 오래 가까이하지 못하고 살았다. 시인보다 판소리에서 북을 치는 고수나 연구실에서 판소리를 연구하는 국문학자로 활동해왔다.
30여 년 동안 시를 품고 살아온 그는 “여느 시인이라면 여러 권의 시집을 냈을 세월을 보내고 겨우겨우 시집 한 권을 묶어 보았으나, 알갱이보다는 쭉정이가 더 많다”며 “그래도 이제는 ‘시 안 쓰는 시인’이라는 부끄러운 이름은 떨쳐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시인은 장수 오지에서 교사 생활을 하던 젊은 시절부터 만경강과 김제평야, 익산과 군산의 어디쯤에서 겪었던 삶의 일상들을 몇 개의 소제목으로 묶었다. 민화를 주제로 한 연작시, 젊은 교사로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느낀 감정을 다룬 ‘어전리’ 연작시 등이다. 또 ‘만경강’, ‘들,’ ‘논’ 연작시는 농경적 상상력에 바탕을 둔 계절의 순환이 나타나는 데 그 이면에는 늘 어둠, 아픔이 놓여 있다.
그리고 시인은 재회를 이야기한다. 시간을 거슬러 가는 그의 문학적 회귀는 그 시절을 지금 이곳에 다시 살려내기 위함이다.
김만수 문학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이번 시집에서 이름 모를 풀들이 무섭게 피어오르는 봄의 시절을 거쳐 가난한 식솔들과 이웃들이 악착스럽게 살아가는 여름의 모습 그리고 모든 것이 서서히 익어가는 가을과 겨울의 모습을 순차적으로 읽어낼 수 있었다”며 “그러한 계절의 순환이 결국 한 개인의 일생이자 우리 사회의 역사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순창 출신인 최 교수는 전북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85년 동인지 ‘남민시’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전북작가회의와 전북민예총 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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