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유영국·1916~2002)
‘유영국의 색채추상’전이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국제갤러리에서 지난 4일부터 10월 7일까지 열리고 있다.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으로 평가 받는 유영국의 작품 24점을 전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유학시절(1935~1943)과 1964년 신문회관에서 열었던 첫 개인전 이후의 주요 작품들이다. 작가의 유학시절을 보여주는 사진과 한국 추상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각종 아카이브 자료들도 포함된다.
주로 ‘산’이라는 모티브를 강렬한 색과 분할된 면으로 비구상적 형태로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정사각형 캔버스에 주로 황색과 적색의 산을 주제로 한 추상화는 원숙기에 이른 유영국의 추상 언어를 잘 보여준다. 유영국의 산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직선과 점으로 형성된 삼각형으로 기하학적 질서를 갖춘 그만의 추상세계다. 그는 색채를, 특히 삼원색과 뉘앙스가 있는 강렬한 색채를 한국미술에 도입했다.
인간은 타고난 능력과 주변 환경, 역사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다. 1916년 강원도 울진(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난 유영국은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예술가로서는 천혜의 환경에서 자라났다. 그러나 시기적으로는 일제강점기로, 강직한 성격의 유영국은 예술가가 되고 싶은 열망으로 동경 유학을 떠난다. 그곳에서 전위예술 작가들과 교류하고 사진적인 기법을 통해 기존의 회화적인 한계를 넘어 구성주의적 방식을 추구한다. 그렇게 유영국은 기초를 다진 후 1938년 일본 동경문화학원 유화과를 졸업하였다.
1964년 서울 신문회관에서 첫 개인전을 열면서 자연을 포함해 격동하는 세계를 선과 면, 색채로 기하학적 구조와 질서로 환원하는 작업을 펼친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절대추상을 구현하기 시작한다. 천부적 재능만이 아니라 일생 수행하듯이 철저하게 끊임없이 노력한 그는 수많은 걸작을 세상에 남겼다.
현대 추상미술의 세계적 거장 마크 로스코는 색채나 형태를 부각시키지 않고 비극과 운명, 아이러니와 관능성 등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을 무겁고 어둡게 추상화했다. 반면 유영국은 “대상은 자연이었고, 그것을 탐구해온 형태는 비구상을 바탕으로 한 추상이었다.”라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말했다.
지난 2016년 11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유영국, 절대와 자유’ 회고전 150여점을 보러 갔던 필자는 그날을 잊을 수 없다. 그의 그림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색과 면, 선으로 그렇게 함축적이며 심플하고 아름다운 현대적인 그림은 처음이었다. 그 때의 여운이 다시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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