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신생마을과 전주 수목원 핑크뮬리 군락지 조성
최근 2년새 들어온 미국산 외래종…국내 관광화 정체성 모호
옛 한센인마을인 남원 군락지는 배경 설명 없이 ‘포토존’만
전문가들 “유행 편승·생태계 교란 우려…지역과 연계한 차별화 필요”
가을철 대표 사진 명소가 된 남원 신생마을 등 ‘핑크 뮬리’ 군락지를 놓고 보는 이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핑크 뮬리를 통해 유휴지를 발전시켜 관광객을 불러오고 있다”는 긍정적 의견과 “지역성과 관계없이 유행을 따른 근시안적 시각과 외래종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교차한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분홍빛 갈대밭 사진이 페이지를 점령하고 있다. 4년 전 제주의 한 생태공원에서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해 외래종인 ‘핑크 뮬리’를 수입해 식재한 후 인기를 얻자 전국적으로 자치단체에서 군락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전북지역에서는 남원 신생마을과 전주의 한국도로공사수목원이 대표적이다.
특히 남원시는 올해 예산 5000만 원을 투입해 남원 신생마을에 꽃밭을 조성했다. 이 중 계획된 핑크뮬리 군락지는 1헥타르(축구장 2개 규모)에 달한다.
남원의 해당 군락지가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방문객 김혜민씨(29·전주)는 ”남원 가볼만한 곳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길래 왔는데, 전북에서도 핑크 뮬리를 볼 수 있어 좋다”며 “아직 심고 있는데 군락지가 더 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정애 전북대 원예학과 교수는 “가장 최근에 들어온 신작물이다 보니 관심과 인기가 높다”며 “익산, 완주 등 도내 시·군에서도 홍보, 조성이 언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체성 논란도 지적된다. 남원시에 따르면 신생마을은 과거 한센인들이 모인 공간으로 10년 전 이들을 강제 이주시킨 뒤 축사가 들어섰다. 이에 축사 악취 등 민원이 급증하면서 최근까지 유휴 공간으로 방치됐고, 이를 위해 핑크뮬리 등을 심었다.
남원 시민인 양문식씨(51)는 “한센인들의 아픔이 담긴 공간에 외래종인 핑크뮬리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실 서울, 경주, 순천 등이 선점한 상태에서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만 편승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생태계 교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고정애 교수는 “외래종이 국토를 점령하면 꽃가루가 날려 다른 종과 수정해 이종을 생산, 유전적 변형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결국 외래종에 토종이 떠밀리게 된다”며 “경각심을 가져야 하고 보호작물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영기 전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약 2년 전 포켓몬고(모바일 게임) 열풍에 힘입어 전주시가 ‘제2의 포켓몬고’를 개발한다고 밝혔지만 1년도 안 돼 인기가 사그라든 것을 예로 들며 “공공에서 하는 관광 사업은 유행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래가는 관광 상품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지역특성과 연계해 차별화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완주군에서는 한국 토종 분홍빛 갈대인 ‘브라치트리차’ 소군락지를 홍보하고 있다. 귀농한 주민이 핑크뮬리 못지않게 아름다운 토종식물을 알리고자 지난해 삼례중 인근에 심은 것이다.
남원시 관계자는 “경주 불국사에서 인기인 핑크뮬리를 보고 남원시 신생마을에도 도입했다”면서 “스토리텔링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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