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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큰 어른 월주스님 “모든 생명은 한 생명, 보살행 실천해야”

지구촌공생회 15년 동안 빈곤국가 식수·교육시설 지원
‘천지여아동근 만물여아일체’ 정신으로 보편적 인류애 실행

지난 22일 김제시 금산사에서 월주스님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구촌공생회 활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지난 22일 김제시 금산사에서 월주스님이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구촌공생회 활동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절기상 소설(小雪)인 지난 22일 오후 2시 김제 금산사. ‘탕탕탕’. 금산사·영화사 조실(사찰 최고 어른) 월주스님(84)의 지팡이 소리가 경내를 울렸다. 국제개발협력 NGO 지구촌공생회 15주년 사진전이 마련된 처영기념관으로 들어서자 스님은 활동 영상과 사진을 일일이 직접 설명하기 시작했다. 당시를 추억하듯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스님이 거처하는 만월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스님은 이야기를 나누기 전, 다포를 꺼내 보였다. 지구촌공생회 15주년 기념식 참석자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준비한 이 다포에는 ‘자미도 선도타’(自未度 先度他·자기 제도는 못하더라도 먼저 다른 사람들을 제도하라)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제도의 의미를 물었다.

“자리이타(自利利他) 즉, 마음을 갈고 닦아서 깨닫고 다른 사람도 깨닫도록 하라는 뜻입니다. 더 적극적인 것은 자기 구제를 미루더라도 다른 사람을 구제하라는 것입니다. 대승불교를 이루는 하나의 사상이자 실천의 극치입니다.”

이는 불제자의 삶 속에서 얻은 지혜를 실천하고자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을 펼쳐온 스님의 철학 ‘귀일심원 요익중생’(歸一心願 饒益衆生·마음의 근본을 깨닫고 일체중생을 이롭게 하라)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 깨달음의 사회화 운동은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 이어져 왔다. 천지가 나와 같은 뿌리이고, 만물이 나와 한 몸이라는 천지여아동근(天地與我同根) 만물여아일체(萬物與我一體) 정신을 토대로 보편적 인류애를 실천하는 지구촌공생회가 그것. 스님은 지구촌공생회 활동에 대해 “우리가 원조를 받았던 것도, 원조를 주는 것도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만물이 한 생명임을 알고 서로 공생 공존해야 한다는 동일법성(同一法性)과 동일체(同一體)의 원리에 입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지난 22일 김제시 금산사에 마련된 국제개발협력 NGO 지구촌공생회 15주년 사진전에서 월주스님이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지난 22일 김제시 금산사에 마련된 국제개발협력 NGO 지구촌공생회 15주년 사진전에서 월주스님이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월주스님이 2003년 설립한 지구촌공생회는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길어다 주는 ‘급수공덕’을 실행해왔다. 급수공덕은 깊은 물에 다리를 놓아주는 월천공덕, 병든 사람에게 약을 주는 활인공덕, 벗은 사람에게 옷을 주는 착복공덕 등 8대 공덕 가운데 으뜸이다. 지구촌공생회는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네팔, 몽골, 케냐 등 6개국 해외지부를 설치하고 활동가들을 파견해 식수·교육시설을 지원하고 지역개발을 돕고 있다. 후원자만 1만9800여 명으로 그동안 2488기의 식수 시설, 72개의 교육 시설을 건립했다.

수십 년간 지구촌공생회를 이끌어온 스님이 해외지부장이나 활동가들에게 당부하는 말은 “포교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 스님은 그 이유에 대해 “캄보디아, 라오스, 몽골, 미얀마는 불교 80%인데도 한국불교를 전달하려고 하면 싫어한다. 케냐는 천주교, 개신교가 90%”라며 “남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그 고통을 해소하도록 도와주는 것 자체가 포교”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지구촌공생회 창립 이전에도 활발한 사회복지, 사회개혁운동을 펼쳐왔다. 1990년대엔 지역감정해소국민운동협의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1992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주거할 수 있는 ‘나눔의 집’, 1994년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했다. 북한 동포를 돕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 김수환 추기경·강원용 목사와 함께한 실업극복국민운동위원회(현 함께일하는재단) 공동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직을 사퇴하고,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은 제3세계 빈곤 국가를 돕는 지구촌공생회 활동에 힘을 집중해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월주스님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4년 법주사에서 ‘영원히 사는 길’을 찾기 위해 출가해 불도를 닦기 시작했다. 속세에서 산중으로, 산속에서 사회로 뛰어든 60여 년, 그 길을 찾았는지 궁금했다.

“출가 후 수행을 통해 마음이 곧 부처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모든 생명이 한 생명이라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나만이 깨달아 성불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꿈꾸게 됐습니다. 수행과 기도, 보살행 모두 포함해 종교입니다. ‘불법문중 불사일법’(佛法門中 不捨一法)이란 말처럼 하나도 버리지 말아야 합니다.”

스님은 중생제도를 위해 수분수력(隨分隨力) 노력해왔으나 “아직도 멀었다. 부족하다”고 말한다. 여전히 빈곤과 질병, 문맹, 분쟁 등으로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 일도 많다. ‘48세’로 나이를 묶어놓고 산다는 스님은 “앞으로도 인연 닿는 대로 하면 큰일을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신 건강을 챙기면서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기력이 다하면 후계자를 만들어 맡길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내년 가을에는 스님의 생애와 수행 정신, 사찰의 중창 역사, 사회 활동 등을 기록해 책으로 엮어낼 계획이다. 이밖에 도영스님(금산사 회주), 도법스님(실상사 회주), 원행스님(조계종 총무원장) 등 상좌들의 역할과 업적도 별도로 조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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