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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우리 고장 철도역사(驛舍)

김진준 한국철도공사 전북본부장
김진준 한국철도공사 전북본부장

‘화륜거의 소리는 우레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기관차의 굴뚝연기는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차장에 앉아서 밖을 내다보니 산천초목이 모두 움직이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1899.9.19.독립신문) 1899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경인선 철도가 기적을 울린 지 13년 뒤인 1912년 이리역은 박공지붕 목조구조의 역사(驛舍)에서 영업을 개시했다.

개통 당시 이리역 주변은 익산군 남일면의 ‘솜리(또는 솝리)’로 불리던 한적한 시골마을에 불과했다. 하지만 전국 제일의 곡창지역이었던 호남평야에서 나온 쌀을 일본으로 수송하기 위하여 이리~군산간 철도가 개설되고 역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그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이리역은 1977년 11월 11일 이리역 폭발사고로 많은 이들에게 아픈 상처를 남겼지만 사고 후 기와지붕 형식으로 역사가 새로 지어지고 1995년에는 이리역의 명칭이 현재의 익산역으로 변경되었다. 2015년 호남고속철도 개통시 현재의 역사가 새로이 건축되어 명실상부한 호남 철도교통의 관문으로 자리 잡았고 고속열차 124회를 포함하여 하루에 약 300회의 열차가 운행하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며 익산역은 지역과 시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주역으로 변모했다.

우리지역에는 익산역과 같이 고속열차가 운행되며 비즈니스와 관광, 문화가 공존하고 융합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역도 있지만 지난날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이제는 과거의 흔적들만 남아 여행객들의 발길만이 이어지고 있는 역도 있다.

익산시 춘포면에 위치한 춘포역사(驛舍)는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역사 가운데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1914년 이리~전주간이 개통하면서 춘포역도 문을 열었다. 한자로 봄 춘에 물가 포를 쓰는 춘포(春浦)는 우리말 이름 ‘봄개’를 한자로 옮긴 것이다. 1960년대에 만경강 춘포 모래찜이 신경통에 좋다는 소문이 퍼져 춘포역을 통해 모래찜질을 하러 오는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지만 2011년 전라선 복선전철화 사업시 노선이 변경되면서 폐쇄되고 현재는 역사 건물만 남아있다.

옥색 슬레이트 지붕이 얹어진 작은 역사와 화장실 건물, 역사 앞 소나무 한 그루와 공터 정도가 전부인 이 소박한 역은 이제 지역 문화 거점으로서 춘포역사 문화탐방, 보도트래킹 행사 등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군산시 임피면에 자리한 임피역사(驛舍)는 농촌지역 소규모 간이역사의 전형적 건축형식과 기법이 잘 보존되어 2005년 등록문화재 제208호로 지정되었다. 임피는 동국여지승람에 고사재라는 지명으로 표기되었으나 통일신라 이후 완산주 설치와 더불어 한자 지명인 임피(臨陂)로 바뀌었다. 임피역은 1924년 영업을 개시하여 1936년 보통역으로 승격된 후 인근의 술산리, 접산리 등에서 통학 열차를 타고 군산~익산~전주로 나가 청운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과 생계를 위해 새벽 열차를 타고 군산항에 나가 생선과 젓갈을 구입해 내다 파는 아낙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으나 도로교통에 밀려 2008년 통근열차마저 운행이 중지되며 무인역으로 격하되었다.

현재 임피역 역무실 공간에는 책상, 주판, 금고 등 과거 역무원들이 역에서 사용했던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역 건물 옆에는 시계가 귀하던 시절, 낮 12시가 되면 사이렌으로 정오를 알려주던 붉은 철탑 모양의 오포대가 우뚝 서 있고, 새마을호 폐객차를 활용해 만들어 놓은 근대문화 전시 공간도 흥미롭다.

오래된 흑백사진과 같이 드러내지 않고 늘 담백하게 서있는 무인역은 언제 가도 호젓하다. 이 겨울 파스텔톤 옥빛의 건물들이 들판과 잘 어울리는 우리고장 철도 역사를 찾아 아련한 옛 추억에 젖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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