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국회의원 (군산시·바른미래당)
국회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이번 달 초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었지만, 결국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정치권이 응답을 한 셈이다. 물론, 뒷맛이 완전 개운하진 않다. 여전히 곳곳에서 퇴행의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현행 제도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기득권 두 정당이 그 진원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의 당위성은 한 마디로 정의하면, 유권자의 표심대로 국회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사표’를 방지하기 위한 선거제도는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는 대의제 정치체제에서 다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기본 과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정치권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정치인들로서는 유불리를 따져 볼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제도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이를 정당차원에서 살펴보면, 이미 현행 제도에서 적은 표로 의회를 장악해 본 기득권 정당들로서는 마뜩잖은 제도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궁합이 맞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를 만들 것이다. 여소야대 국회의 가능성이 높아, 그 결과로 의회내 다수파를 구성하기 위한 합종연횡이 불가피하기에 책임정치는 약화되고, 오히려 정국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허나 이런 주장은 제도 자체에 대한 몰이해는 물론이고, 그간 양당체제가 만들어낸 대립과 반목의 정치사를 돌아봐도 아전인수격 해석이다.
먼저, 대통령제 국가는 내각제와 달리 의회가 행정부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즉, 각각 분리 선출되는 대통령과 국회는 각자가 자신을 선출한 유권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대통령이 제대로 된 정책과 협치의 노력을 하는 것이 주권자의 명령이다. 아울러, 여당이 국회내 소수파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언제나 여당이 다수파가 돼야만 한다는 패권적 발상과도 같다.
아울러,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다당체제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은 것은 현실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에 대한 박한 평가는 정당의 수가 아니라, 거대 양당의 기득권 때문에 왜곡돼 왔었다.
그간 양당체제에서 한번 갈등하기 시작하면 양당은 끝을 모르고 국회를 공전시켜온 사례가 적잖다. 더욱이 이번 달 초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제3원내교섭단체까지 무시하면서 기존 두 정당은 밀실에서 예산안을 야합해 통과시키는 퇴행적 모습을 보였다.
반면, 20대 국회에서는 다당체제가 더 효율적인 국회를 만들었다. 20대 국회의 제3당은 여당과 제1야당의 잦은 마찰 속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해 왔고, 성과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제3당인 바른미래당이 앞장서서 국회의 특권으로 손 꼽히던 국회 특수활동비를 폐지했다. 특권 앞에 ‘적대적 공생’을 도모하던 거대 양당의 꼼수를 막아낸 것이 제3당이었던 것이다.
정치는 ‘협치’에서 비롯될 때 성과를 낼 수 있고 평가 받을 수 있다. 정치는 다양한 이해관계의 합리적 조정 속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 국회는 다양한 입장을 대변하는 이들로 구성되는 것이 필요하고, 대의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는 첩경이다.
이런 측면까지 고려해 정치권은 당리당략을 떠나 대한민국의 한단계 도약을 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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