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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27년만의 신간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

채광석 시인이 27년 만에 두 번째 시집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 를 펴냈다.

스물일곱 해 만에 돌아온 채광석 시인의 시는 굵다. 언어는 세상과 시대를 삽으로 펴내면서 시의 벌판을 열어 보인다. 거기에는 시대의 땀과 역사의 눈물이 고여 있다. 잊힌 ‘혁명’과 살아남은 자의 죄스러움, 역사 바깥으로 사라져버린 인물 군상을 시로 불러내 현재화하고 있는 시인의 의도는 명확하다. 한 치도 현실 아닌 것이 없고, 한 사람도 삶의 역사 아닌 게 없다는 시대에 대한 소명이다. 굵은 리얼리즘은 대지의 주름을 닮는다. 그의 시어는 그사이에 씨앗을 뿌리고 있다. 가히 오랜만에 만나는 리얼리즘 시학의 귀환이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 시들을 두려운 마음으로 나와 우리 세대의 그림자에게 바친다”고 했다.

시집에는 시단을 떠나 있던 그동안의 삶과 철학이 녹아 있다. 386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고 그래서 386세대라고 불렸던 사람들이 가진 불안과 죄책감, 체념 그리고 새롭게 살아갈 희망과 기대까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자전적 시들이 가득 담겨있다.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세대까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겪어야 하는 인간적 갈등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해설에서 “채광석 시인의 이 새로운 시적 자서전이 우리들로 하여금 가슴 깊이 도사린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타인들의 삶에 대한 새로운 자각으로 이끌어줄 것이다”고 평가했다.

순창 출신의 채 시인은 성균관대 국문과에서 수학했다. 1990년 ‘사상문예운동’으로 등단. 故김귀정 추모시집 <누가 내 누이의 이름을 묻거든> 을 대표 집필하였으며, 시집으로 <친구여 찬비 내리 는 초겨울 새벽은 슬프다> 가 있다. ‘오월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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