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도 안됐는데 조합장 선거열기가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다음달 13일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치러진다. 임기 4년인 조합장은 연임할 수 있다. 조합장 선거가 혼탁해지면서 과열양상을 보이는 것은 조합장이 갖는 권한이 막중하기 때문이다. 조합의 규모에 따라 보수가 다르지만 억대 연봉에다가 직원들의 인사권까지 쥐고 있어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단체장의 실제 권한이 막중해 지역에서는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지방의원이 견제를 하지만 대부분 같은 당 소속이어서 시장 군수가 거의 맘 먹은대로 한다. 지방의원들이 유급직으로 전환하면서 의정비를 받고 있지만 경조사비를 내고나면 남는 게 없고 바닥나기 일쑤다. 특별한 소득원이 없는 지방의원들은 사명감 없이는 지방의원 하기가 벅차다. 의원들은 자신들을 빛좋은 개살구라고 자조섞인 말들을 한다.하지만 조합장은 돈을 쥐고 있는 금력자라서 그 권한이 상상을 초월한다. 내부감사를 받지만 신용사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이익금이 막대해서 도시형 농협은 얼마든지 조합장이 맘만 먹으며 조합원에게 선심성 환원사업을 할 수 있다. 재선하는 것은 떼논당상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쉽다. 심지어는 자기돈 안들이고 조합원들을 연수 명목으로 해외여행을 시켜주고 값싸게 영농자재 등을 공급해 주기 때문에 현직 프리미엄이 엄청나다.
이처럼 농촌에서 조합장 자리를 놓고 경합이 심한 이유는 지방의원 해봤자 별다른 소득이 없는데 비해 조합장은 돈과 명예를 아우를 수 있는 자리라서 경쟁이 치열하다. 조합장이 4년간 가져가는 보수가 억대에 이르기 때문에 조합원들도 그냥 대충 표를 찍지 않는 풍토가 만들어졌다. 얻는 소득 만큼 조합원을 위해 베풀고 쓰라는 것.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간 지방의원 선거가 실시됐지만 금품선거 풍토는 조합장 선거에서 비롯됐다. 돈 안뿌리면 안된다는 식이 돼 버렸다. 법망에 안걸리고 쓰는 것도 능력이라고 말할 정도로 돈선거가 교묘해지고 치밀해졌다. 특히 농촌은 연고주의 선거가 판치는 형국이라서 아무리 관계당국이 시퍼란 단속의 칼날을 들이대도 끄덕 않고 간다. 아마추어들이나 식사비 제공이나 명절 때 선물 돌리다 걸리지 진정한 프로는 애경사 때 조용하게 피아구분해서 빵빵하게 챙겨줘서 끝냈다는 것.
불탈법 선거가 연례행사처럼 됐지만 문제는 조합원 자신들이 당당하게 표를 던져야 한다. 후보가 깜냥이 되는지와 조합장으로서 역량이 있는지 그 여부를 면밀하게 따져 봐야 한다. 조합발전을 위해 정책과 공약을 어떻게 내걸었는지도 살펴서 표를 찍어야 한다. 선거 때 알게 모르게 돈 써서 당선된 조합장은 본전 채우려고 도둑질 할 수 밖에 없다. 제발 받지도 주지도 않는 공명선거가 돼야 조합이 발전할 수 있다. 조합장 선거가 부정으로 얼룩지면 우리의 장래가 어둡게 된다. 3.1운동 백주년을 맞아 선진국으로 가려면 법질서 확립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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