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를 상징하는 깃발이 국기다. 국가가 성립하기 전 고대사회 때부터 각 집단이 동물·해·달과 같은 징표를 사용했으며, 그러한 징표를 종이나 천에다 표시하게 된 것이 깃발이다. 국기가 국가를 상징하게 된 것은 근대국가 성립 이후로, 국기가 처음 사용된 것은 근대 시민사회 출발의 계기가 된 1789년 프랑스 시민혁명 때다. 자유·평등·박애를 상징하는 프랑스 3색기가 오늘날 세계 각국 국기의 모태가 됐다.
우리의 국기인 태극기의 효시는 프랑스보다 100년 뒤인 1882년 박영효가 일본에 수신사로 가면서 사용한‘태극도안’이었다. 태극기가 공식적인 국기가 된 것은 1883년 고종이‘태극-4괘 도안’의 태극기를 국기로 제정·공포하면서다. 태극기는 그해 시카고 만국박람회와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한국관에 걸렸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국기제작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아 사용자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다. 오늘날 통일된 태극기는 정부 수립 이듬해인 1949년 국기제작법이 고시되면서였다.
태극기는 일제강점기 민족의식을 일깨우는 상징으로 받들어졌다. 태극기가 국민들 속에 보편화 계기도 3.1운동 때였다. 일제는 이후 태극기를 만들거나 지니고만 있어도 독립운동가로 간주했다. 4.19혁명과 광주민주화운동, 198년 민주화운동 등에서도 태극기가 물결을 이루며 민주화에 대한 갈망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올림픽 등 각종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국가와 함께 태극기가 게양될 때면 가슴이 뭉클하다. 태극기가 갖는 마력이다.
국민적 통합과 화합을 상징하는 이런 태극기가 요즘 분열과 갈등의 한복판에 있다. 소위‘태극기 부대’가 등장하면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2016년 가을부터 촛불집회가 열리자, 보수 우파들이 이에 맞서‘태극기 집회’를 열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태극기 부대들이 자유한국당으로 집단 입당해 전당대회를 흔들었다. 이들은 국민적 정서와는 상관없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재판의 불공정성을 집요하게 주장하고 있다.
비상식적인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자신들의 소신이라면 어쩔 도리가 없다. 문제는 신성한 태극기까지 혐오감을 줄까 걱정이다. 3.1절의 태극기가 태극기부대로 인해 일그러져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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