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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미군 아닌 국민의 목소리 귀 기울여야

문정곤 제2사회부 기자·군산
문정곤 제2사회부 기자·군산

주한미군이 군산비행장 내 유류 공급을 위해 인근 농지에 무단으로 송유관을 매설해 37년 간 사용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응하는 국방부의 태도는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송유관과 연결된 지상 구조물을 철거하라는 법원의 화해권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주한미군의 태도에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송유관의 실체는 30년 넘는 세월이 흘러서야 용기 있는 주민이 주한미군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토지주의 동의 절차 등이 무시된 채 무단으로 매설된 것으로 확연히 밝혀졌다.

이에 법원은 “주한미군은 송유관과 연결된 지상의 철근 및 콘크리트 구조물을 자진 철거하라”고 화해권고 결정을 했지만 주한미군은 3년이 넘도록 이를 외면하고 있다. 나아가 국방부는 외항~미 공군 군산비행장 간 지상에 설치된 구조물은 현재 미군이 사용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자국민이 아닌 미군 측 입장을 앞세워 “철거할 수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이처럼 국방부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결까지도 무시한 채 과거 자행된 불법행위에 대해 정당화하려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국방부는 사유지 무단점유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본 지역민들이 보상 및 대책 마련을 위해 제시한 주민 공청회마저 거절하면서 소통을 단절시키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자국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정부 또한 공식적인 발표 한마디 없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는 인상을 주고 있다. 특히 수십 년간 불법행위를 숨겨오고 현재까지도 입을 다물고 있는 미군 측에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에 국민들은 한숨만 몰아쉬고 있다.

정부와 국방부는 주한미군이 사유지를 무단점유 사용한 사실이 드러난 만큼 지금이라도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고, 주한미군으로부터 군산지역에 매설된 송유관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조속한 실태 파악은 물론 공청회 등을 통해 합당한 보상절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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