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편이냐, 누구 편이냐”
이청준의 소설 ‘소문의 벽’에 등장하는 한 대목이다. 한국전쟁이 터진 가을밤 국군인지 인민군인지 알 수 없는 자들은 어머니와 주인공이 자고 있는 집에 들이닥쳐 전짓불을 얼굴에 비추며 이렇게 물었다.
진영논리에 충실한 질문이다. 이 논리는 진보 또는 보수라는 이념적 정체성을 공유하는 집단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필연적으로 자기편은 절대선이고 상대편은 절대악이란 이분법을 낳는다.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탈락 결정에도 진영논리가 반영됐다. 교육청은 상산고 등 자사고 문제에 대해 도덕적 선민의식을 갖고, 자사고를 특권학교로 규정했다.
상산고에 다니는 학생들, 학부모와 소통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학생들은 지난달 29일 학교도 결석한 채 청와대 문을 두드렸다. 당시 김정윤 학생은 “학교와 부모님들이 평가 기준 논란에 대해 수차례 소통을 요구했지만 교육청은 회피했다”며 “민주적인 합의나 토론의 장이 없었다”고 밝혔다.
교육청의 이러한 행태는 학벌사회에서 학교가 끼치는 영향력, 진영을 떠나 우수한 교육기관에 자식을 보낼 수 밖에 없는 역설적인 현실을 무시했기에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했다. 지역사회는 상산고 문제를 두고 찬반으로 의견이 갈렸고, 도내 국회의원 10명은 일제히 반대입장을 밝혔다.
물론 자사고를 두고는 교육불평등, 고교서열화의 문제가 제기된다. 상당수 자사고가 당초 설립취지와 달리 입시명문고로 변질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수월성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의 수요와 학생들의 선택권도 존중받아야 한다. 자유경제체제에서 자본가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소비자가 일정한 돈을 지불한 뒤 이같은 교육시스템을 향유하는 건 자연스러운 행위이다.
상산고 문제는 옳고 그름의 잣대로 따질 대상이 아니다. 그만큼 단순하지 않다.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소통과 공감을 통해, 하나의 답이 아닌 다수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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