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와 그 적들’은 영국의 과학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가 전체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쓴 정치 철학 서적이다. 그는 열린사회와 건강한 자유민주주의의 조건으로 `반증가능성`을 강조했다. 반면 반론을 허용하지 않거나, 반증이 불가능한 사회는 `닫힌사회`라고 규정했다.
최근 전북지역사회에는 많은 논쟁거리가 생겼다.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 여부에서부터 종합경기장 개발문제는 물론 침체되는 전북경제를 어떻게 살릴 것이냐를 두고 첨예한 대립이 오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이념투쟁을 넘어 선과악의 대결로 귀결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공동체의 의미는 사라지며,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하는 대상은 곧바로‘적’으로 간주된다. 자신과 상대를 ‘선과 악’두 진영으로 구분하고 과도한 적대의식을 보이면서 양자택일을 종용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도덕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한 선민의식으로 무장한 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주장을 어리석거나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린다. 좁은 지역사회다보니 자신들이 내린 ‘정의’에 반하는 목소리를 외치는 개인에게는 인간관계망을 악용한‘인격말살’행위도 가해지기 쉽다.
여기에 편향동화 현상과 집단애착이 더해져 특정집단의 신념에 반하는 주장은 아무리 많은 근거를 제시하더라도‘적폐’로 몰린다. 신념에 반대되는 정보를 접할수록 이를 받아들이기 보단 증오심으로 발전시키는 경향도 있다.‘낙인찍기’와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가 증폭될수록 도민들은 지역현안에 더욱 무관심해 지고 있다. 지역의 공론장에는 오직‘동지’와‘적’만이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 우리 지역 내 시민사회단체와 오피니언 리더들의 과도한 적대의식을 아는 도민들은 그리 많지 않다. 공론에 참여하는 도민들은 정작 극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 순간에도 많은 전북도민들은 고향을 등지고, 더 살기 좋을 것이라 판단되는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흑백논리가 만연하고, 유연성을 잃은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와 다를 바 없다는 칼 포퍼의 경고는 아직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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