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핵심 교육정책인 ‘고교학점제’ 안착 과제
입시 위주 탈피, 다양한 과목 개설, 평가방식 변화 필요
전북지역 교사들, ‘국제 바칼로레아 교육’ 도입 의견도
시대 변화에 따른 고교 혁신 요구는 계속돼 왔다. 그러나 자사고가 사라진다고 고교 혁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북교육계가 상산고 문제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교육 현장 전반을 수습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자사고 존·폐 관점 모두에서도 일반고 강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동성 전주교대 교수는 “수월성 교육을 인정해도 자사고에 가지 않는 다수의 교육 수요자를 위한 정책이 개선돼야 하고, 자사고로 인한 서열·계급화 폐해에 따라 고교 체제를 단순화해도 고교 평가방식 혁신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 평가 변화·교사 역량 강화 필요
문재인 정부와 교육부가 내놓은 핵심 고교 혁신 정책은 ‘고교학점제’다.
2025년까지 전 고교에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해 듣고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다.
그동안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한 반에 모아 획일적인 수업을 해 참여·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고교학점제는 개별 흥미·진로에 맞춘다는 점에서 높은 참여도와 창의적 역량 향상 등을 기대받는다.
제도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과목 개설 및 평가 방식 변화가 필수다. 틀만 바뀔 뿐 과목은 입시 위주 그대로인 것을 막기 위해서다.
도내 상당수 고교 교사들은 “내신·수능 등 대입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결국 수능 중심, 성적 잘 받는 과목으로 수업이 구성되거나 특정 과목에만 학생이 쏠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목 편성 가이드라인 제시, 학교 실정에 맞춘 컨설팅 등과 함께 장기적으로 학교 내신 성적 평가 방식·대학입시가 바뀌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교사 역량 강화도 강조된다. 도내 A고 국어교사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도 상당수 교사가 이를 가르칠 역량이 안 되는 게 현실이다. 아니면 외부강사를 초빙해야 하는데 예산, 선정기준 부담 등이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과목·심화과정까지 가르칠 수 있는 현장 중심의 ‘교수학습능력’연수, 교사 경력에 따라 초임기·성숙기·완숙기로 나눠 실시하는 생애주기 직무연수가 확대·강화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국제 바칼로레아’, 토론수업으로 교육의 질 높여
IB(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교육을 전북에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박제원 완산고 교사는 “제주·대구교육청이 2021학년도부터 IB를 도입한다. 특히 대구는 보수 진영인데도 추진하는 것인데, 그만큼 IB가 교육계 돌파구가 되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보다 교사·학생 역량을 올릴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IB교육은 스위스의 비영리 공적 교육 재단 ‘국제바칼로레아기구’가 주관하는 교육 과정으로, 독일·스위스·노르웨이, 캐나다 등에서 오랫동안 대입시험으로 활용해왔다. 수준별·선택 교육과정이라는 점에서 고교학점제와 맥락을 같이 하지만, 토론 위주의 단계별 수업과 논술·서술형 평가, 졸업 인증제로 소외되는 학생 없이 교육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평가다.
IB교육이 현재 지적되는 자사고의 폐해를 줄이고 자사고·일반고간 괴리감을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도 봤다.
박 교사는 “일반고에 바로 도입하기엔 한계가 있다. 상산고를 IB교육 DP(고교과정) 선도학교로 지정해 진정한 수월성 교육을 하도록 하고, 얻은 노하우·기반을 토대로 일반고에 확대하자”며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 때 상산고의 입시 위주 교육 과정을 지적했지만 정작 해당 항목은 만점을 받았다. DP 선도학교 지정은 지적사항을 개선할 방안이자 향후 평가 때 더 엄격히 따질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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