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한 치료약을 찾아냈지만, 인간의 무관심에 대한 약은 찾지 못했다”헬렌켈러의 이 지적은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바다에 그대로 적용해도 될 듯하다. 얼마 전 군산에서 있었던 꽃새우 논란은 일단 정리되긴 했지만 우리가 무관심했던 해양 쓰레기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인류가 화학물질을 만들어내기 이전 시대에는 해양 쓰레기라고 해봐야 대부분 자연의 부산물이거나 유기물이어서 생태계 안으로 보듬어 안을 수 있었다. 그런데 20세기 들어 바다를 삼켜버린 괴물이 나타났다. 바로 기적의 소재로 한때 각광받던‘플라스틱’이다.
지난 65년 동안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은 83억톤으로 이 가운데 63억톤이 쓰레기로 폐기됐다. 이렇게 쏟아져 나온 플라스틱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매년 80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든다고 한다. 2010년 기준으로 참치 생산량 660만톤 보다 1.2배나 많은 양이다.
플라스틱은 이처럼 엄청난 생산과 폐기량에 비해 썩지도 않아 해양 생태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안전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바다에서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시간은 낚시줄 600년, 플라스틱병 450년 등으로 음료수캔 보다 두세 배 이상 오래 걸린다. 그러다 보니 전체 해양 쓰레기의 80%가 플라스틱이다. 북태평양에서는 한반도의 7배가 넘는 초대형 플라스틱 섬이 발견되기도 했다.
종종 언론을 통해 빨대 등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바다거북이나 고래, 바다새 등을 볼 수 있는데 모두 해양 오염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상징적인 모습들이다. 해양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국내 선박사고의 10분의 1은 바다에 떠다니는 폐그물 같은 쓰레기 때문에 발생한다.
전북의 바다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작년 부안 앞바다에서 플라스틱 생수병을 삼킨 아귀가 발견되기도 했고, 금년 5월에는 부안 위도 해상에서 폐로프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는 어선 전복 사고로 3명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우리나라의 경우 2018년에 발생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대략 6만 7천 톤이나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해상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중 53%가 어업 활동 과정에서 생긴다고 한다. 어업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생활 터전을 오염시키고 있는 셈이다. 도내 바다에 쌓인 쓰레기도 바다 이용자가 사용한 것, 국내 육상과 중국, 대만 등지에서 밀려온 것이 뒤섞여 정부의 해양 정화 사업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양 플라스틱 50% 감축을 목표로 종합대책을 세우고, 폐어구나 폐부표를 정해진 장소에 반납하면 보증금을 지불하는 어구·부표 보증금 제도에서부터 단기간에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형되기 쉬운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보급하는 사업까지 다양한 유인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건강한 바다를 원하는 당사자들이 친환경 어구 사용을 외면하고 폐어구 등을 버리는 행위도 멈추지 않고 있다. 일반 국민들의 관심도 필요하다. 바다에 가장 많이 버려지는 담배꽁초도 대부분 플라스틱 성분이다. 필자가 있는 직장에서도 동참했던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캠페인 같은 친환경 운동도 전개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 매월‘연안 정화의 날’을 통해 해양 정화활동을 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심각한 당면 과제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 모두가 무심한 사이에 바다는 병들어 가고 있다. 쓰레기 회수와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작은 실천과 주인의식 만이 우리의 삶의 터전을 회복시키는 해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박정인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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