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2시 전북도청 4층 대회의실. 이곳에서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도내 공직자들의 ‘적극행정’의식 고취를 위한 특강을 진행했다. 실제 강연장에서 본 그는 전형적인‘모난 돌’이었다. 타협할 줄 몰랐고 표현은 직설적이었다. 생명을 구하는 데 방해가 되는 규정이나 법률은 철저히 무시했다.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이 교수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조직 안에서는 철저하게 ‘아웃사이더’였다. 이 교수는 강의를 진행할수록 전북 공직자들에게 실망감을 내비쳤다. 그는 강연에 참석한 공무원들에게 ‘생명을 다투는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전북도청 2층 기자회견장에선 장수 벧엘장애인의 집 대책위의 성명발표가 있었다. 이들은 이날 장수군의 사과를 수용하면서도 ‘그간 잘못된 행정으로 장애인들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았는지 알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 중 일부는 벧엘장애인의 집은 물론 전주 자림원에서도 학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행정의 대답은 ‘권한 부족’이었다. 울분을 토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에서 이국종 교수 모습이 잠시 겹쳤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다. 외골수인 사람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려다 피해를 입은 경우에 주로 인용된다. 특히 공직사회는 충돌과 갈등을 극도로 경계한다. 공직사회 뿐만 아니라 대부분 조직에서‘모난 돌’은 자연스레 도태된다.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눈치가 빠르고 섣불리 나서지 않는 인물이 승승장구하는 경우도 많다. 혹자는 이것을 ‘내공’이라고 부른다.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전북사회는 그 정도가 특히 더하다. 최근 불거진 LX사태에서 도가 전면에 나서지 않은 이유도‘갈등’이 표면화되는 것을 경계해서다. 일련의 과정이 떠오르며 도청 곳곳에 걸린 ‘적극행정’포스터가 공허하게 느껴졌던 건 기자의 예민한 성격 탓 일까.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