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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시가 향하는 곳에…몸밖의 안부를 묻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기명숙 시인, 첫 시집 출간
“첫 누옥을 지어 쓸쓸한 이들을 들이니 따뜻해질 터”

섬세한 관찰력으로 우리네 삶의 얼룩과 그늘을 그려낸 기명숙 시인이 첫 시집을 발표했다.

<몸 밖의 안부를 묻다> (모악출판사)는 기 시인이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 ‘북어’가 당선된 후 13년 만에 펴낸 시집이자, 인간 삶의 근원에 대한 집요한 천착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이번 시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시편은 ‘당신들’로 통칭되는 타자의 삶이다. 시인은 자기 ‘몸 밖의’ 일들이 보내오는 상처와 아픔을 기민하게 포착해낸다.

결국 ‘몸 밖의 안부를 묻는’ 일은 자기 자신에 대한 안부를 묻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시인은 “시가 향하는 곳에 불안한 소리들로 가득했다”며 “조리개로 조절하는 시간들이 겁쟁이처럼 흘렀다”고 고백한다.

기명숙 시인에게 이 책은 ‘쓸쓸한 이들을 들이기 위한 첫 누옥(陋屋)’인 셈. 비로소 한 권의 책으로 엮인 시편들에는 “텅 빈 곳이 조금은 따뜻해오겠다”는 시인의 말처럼 가을을 통과하고 있는 얼굴들이 담겼다.

최금진 시인은 기명숙 시인의 삶이 ‘설렘과 몸살의 경험’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시집에서 설렘과 몸살의 양상은 크게 여성의 몸을 통해 나타나는 성적인 상상력, 글쓰기의 과정을 통해 나타나는 욕망과 좌절, 현실으 탈주하려는 경계인의 모습으로 드러난다”며 “설렘과 몸살의 아이러니는 서로 상반된 이중의 가각에서 비롯되며 진실을 드러내는 필연적 장치로 기능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기명숙 시인의 시집에서는 삶과 삶 밖, 몸과 몸 밖, 현실과 현실 밖의 중첩 구조가 긴밀하게 구축된 점을 볼 수 있다. 박성우 시인은 이 시집을 두고 “흔적을 지우는 일로 흔적을 선명하게 하고 감정을 감추는 일로 우리의 마음을 이내 일렁이게 하고 만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책을 만나는 독자들에게도 삶과 삶 밖이, 시와 시 밖이, 몸과 몸 밖이 서로 얽혀드는 공유지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명숙 시인은 전남 목포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와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2019년 전북문화관광재단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했다. 현재 글쓰기센터와 공무원 연수원 등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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