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학과평가에 10% 미만 점수 받아 폐과 대상”
문화예술계 “취업률 단순 평가기준 적절하지 않아”
“대학이 문화예술 분야의 인재를 키우고 지원해주지 못한다면, 지역 문화예술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입니다.”
원광대학교가 음악과 폐과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사실상 전통·기초 예술계통 학과들이 모두 폐과 절차를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광대 음악과는 최근 학교 측으로부터 폐과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5일부터 대학본부 앞 침묵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원광대 관계자는 “몇 년 전 취업률, 중도탈락률, 신입생모집 인원 등 학과평가가 일정점수 미만을 연속을 받을 때는 폐과의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조항이 생겼다”면서 “음악과는 학과평가에 10% 미만의 점수를 받아 폐과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광대의 폐과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교육부로부터 재정지원제한 대상에 선정된 후 개선대책의 일환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당시 한국문화학과를 비롯해 도예전공, 환경조각전공, 서양화전공, 한국화전공, 정치외교학전공, 국악전공, 무용학전공, 독일문화 언어전공, 프랑스문화 언어전공, 철학과 등 11개 학과 폐지가 논의됐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 끝에 음악과와 국악과를 통합하고, 미술대학의 도예전공, 환경조각전공, 서양화전공, 한국화 전공 등도 미술과로 통폐합을 결정했다. 무용학전공을 스포츠과학부로 편입키면서 무용학전공은 사실상 폐과됐다. 원광대는 2014년에 서예학과도 폐지를 단행하면서 당시 구성원으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지역 대학에서의 순수예술학문 축소 현상과 예술계 학과 폐지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불거진 바 있다.
2014년 군산대학교는 신입생 입학 두 달 만에 예술대학 세라믹콘텐츠디자인학과를 폐과하기로 결정하면서 학생·학부모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학교 측은 대학 역량 강화를 위해 정원의 10%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교육부에 제출했고, 입학 정원이 15명인 세라믹콘텐츠디자인학과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서 폐과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2017년에는 학과통폐합을 반대하는 군산대학교 미술학과 학생들이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며, 소속 학과의 존재여부도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수업을 받는 것은 엄청난 불안감으로 작용한다”고 토로하면서 순수예술학과 존폐 문제가 다시 한 번 화두로 떠올랐다.
임실에 본교를 둔 예원예술대학교는 2017년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무용학과의 폐지를 결정했다. 이에 재학생들은 “입학인원 미달과 낮은 취업률을 이유로 무용학과를 폐지한다면 미래의 예술대학은 없어질 것이다. 재학생이 알지 못하는 학과 폐지를 중단하고 다른 방안을 찾아주길 학교 측에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도내 대학 사이에서 순수예술 학문의 입지가 좁아지는 현상이 이어지자, 지역 예술인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도내 대학 음악과 출신인 성악가 A씨는 “대학의 음악과는 문화예술을 지원하기 위한 기반이 돼야 하는데, 수익을 창출하고 취업률을 높이지 못했다는 이유로 폐지하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면서 “예술분야 졸업생들은 4대 보험을 적용하지 못하는 예술교육강사, 프리랜서, 개인 창작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취업률이라는 단순한 평가 기준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예술인 B씨는 “대학에서 음악과를 폐지한다면 음악을 배우고 싶어 하는 지역의 청소년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면서 “예술분야의 학문을 대학마저 지원하지 않고 포기해버리는 상황에서 미래 인재들에게 물려줄 전북 문화예술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취업률만으로 기초예술 분야 학문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대학뿐만 아니라 향후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문화 인력을 양성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가운데, 원광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태경·최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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