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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코로나 사태 해결의 걸림돌인가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학자 베넷(Bennett)은 언론 보도의 편향을 ‘개인화’, ‘드라마화’, ‘파편화’, ‘정부 당국의 무능과 무질서’ 등 네 가지로 요약하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를 다루는 우리 언론의 보도를 분석해보면 베넷의 네 가지 편향 중에서 특히 ‘개인화’, ‘정부 당국의 무능과 무질서’ 프레임이 두드러진다.

언론보도의 개인화란 사건의 전체 맥락을 짚어주기보다는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경향을 말한다. 다시 말해 사건의 심층적인 원인과 결과를 설명하기보다는 개인의 시련과 비극, 승리,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인물 중심 보도방식이다. 그래서 언론은 항시 사건과 관련된 영웅과 악당, 희생자의 휴먼 스토리를 키우고, 특정 정치인들을 사건과 연관시키는 프레임을 동원한다. 따라서 개인화 프레임은 국민들에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게 만드는 편향을 일으킨다. 모든 드라마나 소설은 물론이고 각종 사건 역시 천사와 악마, 영웅과 악마가 만들어진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때에도 우리 언론은 사고의 원인과 사후 대책 등의 근본적인 문제보다는 선주인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과 그 가족에 초점을 맞추어 마녀사냥하기에 바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다루는 언론의 보도를 들여다보면 영웅과 악당 만들기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 영웅은 코로나와 치열하게 싸우는 의료진이다. 이는 언론의 영웅 만들기가 아니더라도 온 국민이 공감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영웅이다. 악당은 누구인가? 신천지교회 이만희 총회장과 신도들이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당시 언론이 덧씌운 유병언 회장과 구원파에 대한 악당 프레임에 비하면 신천지와 이만희 회장에 대한 악당 프레임은 매우 약한 편이다. ‘정부와 여당은 사태의 책임을 신천지로 돌리지 말라’는 야당의 주장에 언론이 동조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 언론계가 그만큼 성숙해졌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또 다른 악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당국이다. 보수 언론과 야당은 코로나 사태의 주된 책임을 대통령과 정부에 씌우고 있다.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중국의 눈치만 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중국 대통령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정책에 따라 전 세계 언론이 모두 ‘코로나19’로 명명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조선일보는 ‘우한 폐렴’ ‘우한 코로나’를 고집하고 있다.

우리 언론이 강조하고 있는 또 다른 프레임은 정부 당국의 무능과 무질서 편향이다. 이 프레임은 무질서를 강조하고, 정부 당국이 질서를 회복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보도방식이다. 일부 언론은 정부 당국의 대책과 노력에 대해 사사건건 냉소적이고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정부가 코로나 사태를 수습할 능력이 없고, 마땅한 대책도 없다’,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들이 늘어나 한국은 완전히 고립되었다’, ‘마스크 대란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등을 강조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장시키기까지 한다. 보수 언론의 보도내용을 보면 이들은 정부가 조속히 사태를 진정시키고 모든 것을 정상화시키려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언론 보도가 사태의 원인 규명과 문제해결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갈등, 고통, 불안과 불만, 무질서 등에 초점을 맞추는 값싼 감정적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언론이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서 사건이나 사태를 악용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사태가 하루빨리 수습되고 질서가 회복되는 데 언론이 걸림돌이 아니라 도우미가 되어야 한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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