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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공간 이끄는 사람들] 전주 누벨백미술관 최영희 관장 “새로운 물결 일으키고 싶어요”

경계 넘나들며 지역예술가 응원
“지금도 작품 보면 가슴이 뛰어”
감동 있는 공유공간 만들 계획

최영희 관장
최영희 관장

“누벨백은 프랑스어로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누벨바그를 부르기 쉽게 줄인 말입니다.”

본디 ‘누벨바그(Nouvelle Vague)’는 1950년대 후반에 시작돼 1962년에 절정을 이룬 프랑스 영화 운동의 한 흐름이다.

어둠은 찬란하고, 절망은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누벨바그는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으로부터 계승된 것으로 ‘새롭게 시작한 저항’을 의미하며, 인간성 해방과 존재에 대해 관심을 집중했다. 느슨한 이야기 구조와 개방성, 즉흥적 야외촬영 등 특이한 예술적 상상력과 형식을 통한 파격적인 시도가 다양하게 이뤄졌고, 전 세계 영화계에 영향을 줬다.

지난 2013년 10월 24일, 햇살 한 줌 따사롭게 퍼지던 그날 전주 효자동 서부신시가지에 미술관 ‘누벨백’이 문을 열었다.

“그림을 좋아했어요. 전공은 달랐지만, 대학 때부터 화실을 다니며 서양화를 그렸습니다.”

아직도 미술작품들을 보면 가슴이 뛴다는 최영희 관장.

그는 누벨백미술관을 직접 설계하고, 공간을 재구성했다. 그렇게 1년여 부지런히 공을 들여 젊을 적 꿈을 이뤘다.

최 관장은 과학적 진보의 한계를 체감하며 공감적 사고와 심미적 감성을 요구하는 시대에 걸맞은, 공동체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미술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개관 이후 최 관장은 ‘거장전’, ‘발돋움전’, ‘사회참여 특별전’ 등, 경계를 넘나드는 기획전을 해마다 마련해 지역 예술가들을 응원했다.

‘거장전’은 독보적인 예술가를 조명하고 작품으로 우정을 나누는 전시. 지난 2017년 박남재 화백과 최승범 시인을 초대해 개최한 ‘운명 같은 동행’전 등이 있다. 또 ‘발돋움전’ 신예 작가들을 지원하는 기획전이며 ‘사회참여 특별전’은 그 해의 사회적 주요 이슈를 주제로 한 특별전이다.

 

전주 누벨백미술관 입구.
전주 누벨백미술관 입구.

최 관장이 꼽은 가장 뜻깊은 전시는 지난해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개최한 ‘다시 이는 독립물결’전이다.

‘NO 아베 불매운동, 항일·독립정신’을 주제로 지난해 12월 열린 독립물결전에는 학생·일반인·전업작가 등 각계각층 75명이 작품을 냈다.

“75명의 뜨거운 심장이 모여 나라사랑 한마음으로 독립물결전을 만들었습죠. 소리로 분노하지 않고 단결된 행동으로, 글과 예술작품을 통해 극일을 외쳤던 것입니다. 자라나는 세대에게는 역사적 통찰력을 키워주고 애국심을 일깨워줬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뿌듯했습니다.”

특히 ‘독립물결전’에 유관순 열사 초상화를 선보였던 한 여류 작가는 기획전을 계기로 경기도 한 미술관의 러브콜을 받아 부관장으로 초빙됐다고.

앞으로의 바람을 묻자, 최 관장은 “순수 작가들과 함께 정성스럽게 감동과 휴식의 공간을 만들어 가고 싶다. 누구나 가뿐하게 전시를 관람하며 공유하는 작지만 큰 미술관을 만들어갈 계획이다”고 답했다.

시류의 정곡을 찌르는 예리한 전시를 기획하고 작가와 관람객이 소통할 수 있도록 디딤돌 역할을 해,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다. 예술을 마주하는 시야를 넓히고 사유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최 관장은 전북대 철학과에서 미학 전공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누벨백미술관은 잠시 휴관 중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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