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전주박물관, 다음달 말까지 ‘선비, 역병을 막다’ 주제전
코로나19(COVID-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을 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선조들이 전염병을 어떻게 대처하고 이겨냈는지 배울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전주박물관이 상설전시실 2층 역사실에서 다음달 말까지 주제전 ‘선비, 역병을 막다’를 진행한다.
전시 작품은 동의보감 등 12점. 선비의 휴대용 의학서적과 의료기구, 역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친구의 안부를 묻는 절절한 내용의 편지도 공개된다.
전염병에 걸려 아우가 세상을 떠난 친구가 연이어 부모님의 건강이 악화하자, 선비는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강하게 먹고 몸이 약한 어른을 잘 모셔야 한다며, 자신의 건강도 그리 좋지는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에는 시공간을 넘는 공감이 생긴다. 허준의 동의보감의 내용 중 중요한 내용만을 적어 휴대한 동의보감 수진용 등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당시 여럿 목숨을 앗아갔던 홍역과 천연두를 이겨내고자 노력했던 선비들도 소개한다.
다산 정약용(1762~1836)은 홍역 치료법 책인 <마과회통(麻科會通)> 을 저술했다. 하지만 이 속에는 정약용의 슬픈 이야기가 있다. 아내에게서 아들 여섯과 딸 셋을 두었던 정약용은 아들 넷과 딸 둘을 천연두나 홍역으로 잃었다. 특히 아꼈던 둘째 딸과 넷째 딸을 잃게 되면서 깊은 슬픔에 빠진 정약용은 죽은 자식들과 세상의 아이들을 위해 1797년 홍역 예방법 서적인 <마과회통> 을 저술하게 된다. 자신의 고난을 사회에 대한 헌신으로 환원시킨 정약용의 모습은 진정한 선비정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마과회통> 마과회통(麻科會通)>
경북 영천시 임고면 선원동에는 정중기(1685~1757)란 선비가 있었다. 그는 역병의 창궐로 부친과 모친을 모두 잃는다. 전염병이 확산되자 새로운 땅으로 옮겨 병을 이겨내고자 하여 지금의 삼매리인 매곡지역으로 이주했다. 이 땅에서 ‘간소艮巢’라는 이름의 서재를 짓고 전염병을 피하며 틈틈이 공부에 몰두하였다. 지금으로 따지면 자가격리를 통해 역병을 피한 것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정대영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시간과 공간은 변했지만 선비가 남긴 유물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로 귀결된다”면서 “현실극복 의지와 사람 사이의 연대, 그리고 따스한 인간애이다. 그것이 2020년 현재, 옛사람에 비추어 우리를 되돌아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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