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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의 선택이 부러운 이유

김은정 선임기자

로칼리즘 시대에 지역의 가치를 높이는 길은 많다. 지역의 인재를 키우는 것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이다. 지역에서 지역 인재를 키울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일이 절실한 이유다. 그러나 여건은 만만치 않다. 특히 예술 분야의 경우 예술에 재능을 보이는 인재들은 대부분 어려서부터 서울 등지로 유학을 가거나 좋은 스승(?)을 찾아 서울을 오르내리면서 지도를 받고서야 원하는 학교 진학의 길을 찾는다. 지역의 예술영재들이 일찌감치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는 환경의 악순환이다.

올해 초 문광부와 한국종합예술학교(한예종)가 함께 추진한 예술영재육성 지역 확대 사업에 적지 않은 도시들이 주목했던 것은 지역의 전문적인 예술 교육 환경의 한계를 보여주는 예다. 이 사업은 지리적 경제적 제약으로 예술영재교육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지역에 국내 최고의 예술교육기관으로 인정받는 한예종의 우수한 강사를 파견하여 초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음악과 무용, 전통예술, 융합 등 4개 분야에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한예종이 강사를 파견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광역시도가 공간과 설비를 제공하는 형식이니 지역 예술영재를 조기 발굴해 육성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당연히 이 사업을 주목한 여러 도시들이 공모에 참여했으나 올해 사업을 선점한 도시는 2개에 그쳤다. 신도시 ‘세종’과 오래된 도시 ‘통영’이다. 주목되는 도시는 통영이다. 일찌감치 예술의 도시를 내세운 통영은 경남도와 뜻을 모아 공모사업에 뛰어들어 다른 자치단체를 밀어내고 선정되는 기쁨을 안았다. 도와 시의 파트너십이 얻어낸 결실이다. 공모에 선정되면서 경남 지역 초중고등학교 75명의 예술인재들은 서울을 가지 않고도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예술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영재들이 교육을 받는 공간도 관심을 모은다. 통영시는 지역 경제를 수십 년 동안 이끌었으나 조선 산업 사양화로 폐조선소로 전락한 옛 신아sb 공간을 고쳐 예술영재 교육을 위한 맞춤형 시설로 만들었다. 오래된 도시들이 낡은 공간을 고쳐 너나 할 것 없이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드는 것과는 그 활용의 의미가 사뭇 다르다.

통영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소설가 박경리, 시인 김춘수와 유치환 등 예술가들을 배출한 도시다. 덕분에 통영은 줄곧 이러한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예술의 도시를 앞세워 왔다. 도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그 미래를 위해 투자와 관심을 집중해온 과정도 남다르다. 이 도시의 선택과 집중의 힘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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