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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침을 여는 시] 염소에게 - 김유석

네가 조금 늙어 보이는 건 너무 많이 웃기 때문이지

세상에 웃을 일이 참 많아, 그치?

 

헤픈 웃음으로

제 한 몸의 말뚝에 매여 사는

 

웃음밖에 남지 않은 네가

 

알약 같은 검은 똥을 누는 건

울음도 웃음으로 걸러내는 탓

 

구절양장九折羊腸 어디쯤 뿔이 돋고

제 풀에 뒷발질도 붙었지만

 

그걸 왜 달고 있니,

 

웃음으로 닳아빠진 꼬리도 그렇지만

밀면 동안童顔일 수염이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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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생각마저 돌처럼 굳어버린 요즈음 모처럼 웃어본다. 하도 신기해서 웃는 얼굴이 그리워 거울 속에서 나를 바라본다. 분명 수염을 밀고 동안으로 웃어 보이는 염소가 아닌 사람, 나였다. 검은 알약이나 검은 똥을 누는 염소가 되고 싶어 살짝 뒷발질도, 헤픈 웃음도 거울 밖으로 그려보는 오후였다. “세상에 웃을 일이 참 많아”라는, 어쩜 시인이 그렇게 사는 자화상 같다. “말뚝에 매여 사는” 생에서 웃음으로 산다는 일은 거룩한 마음을 지닌 성스러운 사람일 것이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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