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고산면 주민자치회 2013년 결성돼 올해 제4기 30명 활동
2015년~2018년 지방자치박람회에서 우수 주민자치회로 선정 풀뿌리 지방자치 모델 제시
클린고산 정화운동, 고산면지 제작발간, 주민자치회 소식지 발간 등 마을 홍보사업 진행
지방자치제는 풀뿌리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민선7기 30년 간 우리나라 정치와 민주주의는 철저한 중앙집권제적 성격을 띠고 있다. 주민 스스로가 삶의 터전을 일구는 게 아닌 지역을 잘 모르는 공무원이나 정치인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풀뿌리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다수 대중’이다. 풀뿌리민주주의는 즉 권력을 갖지 못한 일반 시민·주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운영하는 통치체계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주민자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21대 국회에 내놓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의 핵심 역시 주민자치회의 활성화에 있다. 전북에서는 완주군 고산면 주민자치회가 그 길을 보여주고 있다.
△주민자치회와 자치분권
지방지치와 주민자치의 핵심은 중앙주도의 행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또 관 주도에서 주민들이 직접 마을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주민이 주인이 되는 자치분권의 이상적인 길로 제시되고 있다. 주민이 직접 정책의제와 사업을 발굴하면 관은 행정과 재정적인 도움 등을 통해 보조적인 역할을 해 나가는 것이다. 완주군 고산면 주민자치회는 전국 122개 주민자치회 중에서도 주민들이 직접 마을 문제를 발굴해 지역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
완주 고산면 주민자치회는 지난 2013년 5월 전국 3400여개 읍면동 중 31개 주민자치회 시범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첫 발을 내딛었다. 올해부터는 제4기 주민자치회가 출범 30명의 위원이 활동하고 있다. 타 지역 주민자치회 보다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고산면 주민자치회는 지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전국 주민자치박람회에서 우수 지자체로 4번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제4기 주민자치회는 올 초부터 2년의 임기를 가지고, 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에 대한 협의, 수탁기능 등의 활동을 수행 중이다.
남권희 고산면주민자치회장은 “우리 고산면 주민자치회 위원들은 누구보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활동하면서 건강한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민자치회는 기존의 주민자치위원회보다 권한과 책임이 강화된 주민자치기구다. 대다수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주민의 문화·복지·여가 프로그램으로 읍·면·동에 설치된 주민자치센터를 운영·관리하는 수준에 그쳤다. 주민자치회는 이 같은 점을 대폭 보강해 다양한 지역현안 등을 포함하는 ‘자치계획’을 수립하고 ‘주민총회’라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을 갖고 있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면 주민자치회 향후 시범실시에서 정식 운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고산의 ‘역사’집대성에 앞장 2년간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면지(面誌)
주민자치회가 남긴 주요 족적 중 하나는 고산의 역사와 문화, 지리 자료를 집대성한 고산면지가 발간한 것이다.
지난해 3월 발간한 ‘고산면지’는 발간추진위원회(위원장 남권희)가 고산면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이를 계승·발전시키고자 지난 2년여 간 자료 조사와 집필 끝에 총 5장 665쪽 분량으로 세상에 나왔다. 이 책에는 고산면의 생활상이 담긴 화보집과, 역사와 문화, 지리자료 등이 풍부하게 수록돼 있다.
면지는 출향면민은 물론 4700명 고산면민의 자긍심과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데 기여하고 그 자체로서 사료로서의 가치도 높다.
△지역개성과 특성에 맞춘 자치활동
‘고산주민자치회’는 주민 스스로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진정한 자치’를 실현하고 있다.
실제로 주민자치회는 면사무소 자문역할이나 건의사항 전달에 그치고 있는 기존 주민자치위원회와 달리 주민대표성을 갖고 자치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주민자치회 운영은 마을이나 단위로 이장협의체를 만들고, 이 마을주민자치회와 각 분과 대표위원들이 모여 주민자치회를 이끌어 나간다.
이 때문에 주민의 실제 불편이나 수요가 정확하게 반영된다. 예컨대 마을입구 정비사업이나 학교문제에 있어서도 주민들이 실무자처럼 깊숙이 현안을 챙길 수 있다.
자원봉사형태지만 전문성과 자체적인 실행력도 갖췄다. 주민이 동 예산편성 등 주요사업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고 평가하고, 책임도 지는 자치권을 부여하는 일도 맡고있는 것이다.
△자치분권은 주민에게 봉사하는 게 본질
고산주민자치회 위원들은 자치회 운영 비결로 ‘봉사정신’을 꼽았다. 그리고 이 활동에 면은 물론 지역의 발전과 유지에 기여한다는 마음이 원동력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완주군 고산면 주민자치회는 환경정화 활동과 코로나19 방역 소독 활동도 도맡는다.
또 주민들의 통행이 잦은 도로변과 다중이용시설인 터미널, 버스 승강장 등을 중점적으로 정비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고산면 주민자치회 소식지를 주민들에게 전달하면서 주민들이 주인이 되는 고산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고산면 주민자치회 소식지는 분기별로 발행돼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외부방문객, 출향인사에게 전달해 지역의 소식을 공유하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고산면 주민자치회는 농촌지역 특성 상 영화관의 접근성이 낮고, 바쁜 영농철에 시간 내기가 힘든 주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영화관’ 도 운영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주민자치회가 이런 역할들을 잘 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사회에 이러한 활동 자원들을 꼼꼼하게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행정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터다.
남권희 회장은 “고산은 물론 우리 지역사회에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힘을 모아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 하도록 하고, 또 이런 활동들을 한데 모아 지역사회 발전으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한 것이 고산주민자치회의 동력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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