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이 들려 준 얘기다. 지난 2011년 9월 무렵, 전북도가 청도에 위치한 중국사무소 이전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전북 기업의 중국내 환경변화에 따른 역할 기능이 재조정 됨으로써 상해로 다시 유턴했다. 상해는 2003년 중국사무소가 처음 개설된 이래 5년간 있던 곳이다. 아울러 가깝게 있던 남경의 1명 뿐인 사무소 마저 상해와 합친 것이다.
당시 강소성(江蘇省) 관리들은 전북도의 이같은 결정에 무척 실망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남경이 성도(省都)로 있는 강소성은 2019년 6월 전북도와 자매결연 25주년 행사를 치를 만큼 각별한 곳이다. 그간 행정 경제는 물론 교육 문화까지 상호교류 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돼 왔다. 관광을 제외한 방문만 보면 강소성은 전북 사람들이 중국에서 가장 많이 왕래했을 정도다.
이 때 결정이 아쉬운 건 전북 글로벌역량에 대한 자체평가가 너무 안이했다는 점이다. 강소성에 간 전북도 방문단이 현지 경제성장 규모와 놀라운 잠재력 때문에 준비해 간 자료는 꺼내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상해는 알려진 대로 글로벌경제 중심지로 전 세계 기업들의 비즈니스 전쟁터다. 그런 점들을 감안해 기업 투자유치가 훨씬 수월하다는 정책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하지만 당시 그 곳 비즈니스 세계에서 전북의 존재감은 명함조차도 내밀기 어려웠다. 내로라하는 기업들과 긴밀히 소통할 수 있는 글로벌 마인드와 공감능력 등에서 괴리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강소성은 흔히 산을 찾아볼 수 있는 중국에선 드물게 대표적 평야지대다. 전북과는 서해를 사이에 두고 300km가 넘는 해안선이 맞닿아 있다. 이들 해안은 이미 10년 전부터 해상풍력 발전이 활발하게 건설되며 용틀임을 준비하고 있었다. 손꼽히는 경제발전 중심지로 떠오르며 기아차 공장과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도 일찍이 진출했다. 2018년 중국 31개 省의 GDP 조사결과 2위에 랭크될 정도로 잘 살고 풍요로운 지역이다. 실제 남경에서 상해까지 2시간 동안 고속철을 달리다 보면 탁 트인 철로 주변에 공장과 건물이 끝없이 이어져 경제융성의 역동적 기운을 느낀다고 한다.
전북과의 정서적 유대감도 오랜 세월 켜켜이 쌓여있다. 강소성의 여성 중간간부가 한국말을 잘해 물었더니, 김제시에서 잠깐 연수하는 동안 전북 사람의 친절하고 상냥함에 매료돼 그때부터 배웠다고 엄지척을 보여주더란다. 자매결연의 잦은 교류를 통해 끈끈하고 인간적인 상호 신뢰를 바탕에 둔 결과이기도 하다.
자치단체마다 입만 열면 투자유치를 외쳐 대지만 초라한 성적표엔 입을 굳게 다문다. 오랫동안 공 들여 좀 더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곳을 놔두고 왜 상해를 두 번이나 선택 했는지 궁금하다. 최근에는 강소성과 공식 교류행사 열기도 예전같지 않아 시들해졌다고 한다. 26년간 친분관계를 맺은 강소성 이야말로 누가 뭐래도 전북입장에서 보면 중국진출의 교두보 임에 틀림없다. “순간 선택이 미래를 좌우한다” 는 광고 문구가 의미심장하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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