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진 전북도지사가 지난 5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전주·완주 통합을 넘어선 ‘광역도시(메가시티)건설계획’을 밝히자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그 이유는 행정구역통합이 전주와 같은 중심도시에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통합 파트너로 거론되는 완주나 인근 중소도시 입장에선 통합논의가 ‘살생부’처럼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행정구역통합 논의가 이어지는 이유는 바로 지방소멸이 가속화하는데 있다. 실제 전북지역의 경우 14개 시·군 지자체 중 전주와 익산, 군산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도시가 소멸위기 지역으로 분류되면서 지역사회의 존속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북농촌지역은 학령인구 감소 수준을 넘어 아예 초등학교 입학생이 없는 학교가 태반이며, 전북의 중심이라는 전주에서조차 일자리가 없어 타 지역으로 떠나는 사례가 빈번하다.
수도권의 독식으로 말라가는 지역의 상황은 굳이 통계가 아니더라도 눈으로 확인 가능한 수준이다. 지방소멸 위기는 전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의 광역자치단체장들이 메가시티 건설에 사활은 거는 것도 생존을 위한 처절한 외침이다.
이 시간에도 청년들은 농촌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대도시로 대도시에서 수도권으로 터전을 옮기고 있다. 서울로 떠난 사람들은 단 몇 주라도 서울을 떠나 고향에서 살기를 원치 않는다. 한국인들에게 서울은 오직 그 속에서만 살아갈 만한 삶의 가치가 있는 곳으로 여겨진다. 조금 과장을 보태자면 학창시절 고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10~20대는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게 오늘날 현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우리나라 정치인과 그 자녀들의 실 거주지는 서울이 압도적이다. 균형발전담론이 쇼로 끝나는 이유 중 가장 큰 원인도 본인과 균형발전이 상관없고, 오히려 지역이 못 살아야 공약내기가 수월하다는 점이다.
전북에서 표를 받고 살아가고 있는 정치인과 2급 이상 고위공직자를 합해 실제 전북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어림잡아 전체의 5%도 안 될 것이다. 이들 자녀가 전북에 사는 경우는 0.5%도 안 될 것이라 자신한다.
송하진 지사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합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도 이러한 현상과 맞닿아 있다. 송 지사는 전주시장 시절 통합이 무산된 이후 도내 지역 간 갈등을 염려해 통합이야기를 전혀 거론하지 않았지만, 생존을 위한 마지막 카드로 ‘플러스알파 통합전략’을 꺼내들었다.
같은 맥락에서 메가시티의 기본이 되는 ‘압축도시’ 전략을 제시한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지방도시 살생부> 에서 지방도시가 쇠퇴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속에서 지방도시가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북도내 지자체들 역시 10만도 안 되는 인구로 자족이 가능하다 외치기보단 쇠퇴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살 길을 찾아야한다. 전북 정치인들에게 정쟁은 사치다. 지방의 소멸을 방치하면 전북전체가 공멸하는 길 밖에 없다. 전북 소도시의 쇠퇴는 예측의 영역을 넘어섰다. 쇠퇴는 이미 우리의 현실이며, 소멸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방도시>
앞으로 지방도시는 더욱 심각한 위기를 겪을 것이다. 이러한 확신의 배경은‘저출생·고령화·저성장·세계화’라는 메가트렌드에 있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으로 지역경제의 활력과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면 그나마 더 가능성 있는 곳으로 돈과 사람이 몰리게 마련이다. 경제발전은 필연적으로 인구와 산업의 집적이 가져다주는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 속에서 이뤄진다.
이것이 바로 전북도내 흩어진 도시의 기능을 한데 모아야 하는 이유다. 중심도심에 공공서비스와 생산, 소비 인프라를 집중하고, 이를 주변도시로 파급시켜야만 떠나가는 청년을 막을 수 있다. 또 광역교통망을 확충해 인근의 중소도시와 연결시키고, 거점도시는 배후도시가 제공해주지 못하는 다양한 기능을 떠안아 주변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항상 “지역균형발전 시책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이 때마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본 틀을 만드는 일을 중단하고, 미봉책을 써왔다. 계산기를 두드리는 동안 지방소멸의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 더 이상 지역문제의 본질을 회피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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